2014년 9월에 리테일매거진(http://www.retailing.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전체 인구의 60%가량이 30대 이하인 ‘젊은 국가’ 베트남은 최근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며 전략적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가운데 투자 환경의 현주소와 향후 시장 잠재력을 진단해본다.

기회의 땅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특수 잡아라

베트남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경계선상에 있는 대표적 국가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나, 경제적으로는 시장 경제체제를 추구한다. 1986년 ‘도이머이(Doi Moi, 쇄신)’ 정책 실시 이후 경제적 개방•개혁을 추진하며 시장 경제에 대한 기초 체력을 빠르게 쌓고 있는 중이다.

어느 자본주의 국가와 다름없이 활발한 자유경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은 풍부한 인력과 유리한 입지를 바탕으로 중국 못지않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패턴의 현대화와 함께 대형 슈퍼마켓과 쇼핑센터 등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현지 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세안의 거점, 매력적인 유통시장

아세안(ASEAN) 10개국 가운데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향후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한국대비 3배가 넘는 영토에 인도차이나 반도 동부 해안 지역에 길게 위치하며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과 인접해 있어 지리적 조건이 우수하다. 또한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추고 있고, 9,300만 명 인구 중 60%가 30대 이하일 정도로 노동력이 풍부한 것도 강점이다. 글로벌 연구기관들도 베트남을 매력적인 신흥 투자처로 선정했다. 골드만삭스의 ‘넥스트 11’, 일본 브릭스연구소 ‘비스타(VISTA)’의 5개국, HSBC ‘씨베츠(CIVETs)’의 6개국, 삼성경제연구소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등에 그 이름을 올렸다.

특히 베트남 유통시장은 아직 초기 발전 단계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3년 기준 베트남 유통시장 규모는 약 70조 원으로,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연평균 25% 이상씩 성장하고 있으며, 유통업이 베트남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바도 제조업 못지않게 크다. 2014년 6월 베트남 통상산업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유통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약 14%를 차지한다. 연간 5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체 노동인구의 약 10%가 유통업에 종사하는데 이는 제조업 다음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것이다.

이처럼 성장 잠재력 높은 베트남 유통시장은 초기 발전 단계에 머물고 있어 다국적 기업들에게 좋은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 기업들에게 각광받는 유통채널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TV홈쇼핑 시장을 각각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형마트 | 4파전 구도 속 롯데마트 점유율 확대

2012년 칸타월드패널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유통시장에서 현대식 유통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이는 말레이시아의 68%, 태국의 57%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향후 베트남 경제 성장에 따라 현대식 유통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까닭에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같은 현대식 유통채널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8%씩 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베트남 유통시장은 연간 2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업태가 바로 대형마트다.

국내 기업 가운데 베트남 시장에 가장 발 빠르게 진출한 회사는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지난 1996년 빈증성에 자일리톨 껌 생산 공장을 건립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대 이후 유통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롯데마트가 지난 2005년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올해 수도 하노이에 신규점을 오픈함으로써 베트남 전역에 총 7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현재 베트남 대형마트 업계는 ‘4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지 국영 유통업체인 사이공 쿱(Saigon Co-op)이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프랑스 빅C, 독일 메트로에 이어 롯데마트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빅C와 메트로는 각각 1998년, 2002년에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롯데마트는 2005년 12월 베트남 ‘민반(Minh Van Private Enterprise)’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이 후 법규 문제로 2008년에 들어서야 1호점을 선보였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이 2012년 5%에서 2013년 9%, 2014년(4월 기준) 15%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데마트는 이러한 추세를 이어가면서 2018년까지 베트남 매장 수를 3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성공에 자극 받은 이마트도 베트남 진출을 가시화할 전망이다. 2014년 약 300억 원을 투자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호치민 지역에 이마트 1호점을 열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고객 경험 향상과 상품구색 차별화를 통해 대형마트 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 베트남 1호점인 남사이공점은 대형마트 외에 영화관, 볼링장 등이 입점한 복합쇼핑몰 형태로 건립돼 현지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현대식 의미의 복합몰 포맷은 남사이공점이 처음 선보인 것으로, 현지 젊은층에게 데이트 명소가 됐다. 또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한류와 함께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상품 소싱 측면에서도 차별화가 가능하다.

편의점 | 외국계 자본 중심, 신규주자 진입 가능성 커

최근 호치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유통채널은 편의점이다. 호치민시에만 약 480개 편의점이 영업 중이며, 이 가운데 외국계가 350개에 달한다.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편의점이 발달하는 이유는 식품 안전성 때문이다. 제조업체 표시가 있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식품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편의점 매장의 청결성 및 정찰제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 편의점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물론 최근 연평균 15% 이상씩 급성장하는 추세이지만, 사업자별로 100개 내외의 매장을 운영하는 수준이다. 편의점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내민 기업은 싱가포르 자본의 ‘숍앤고(Shop&Go)’다. 숍앤고는 2005년 1호점을 선보인 후 2013년 11월 100호점을 돌파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이 밖에 2014년 4월 기준으로 서클K가 73개, B’s 마트(훼미리마트)가 3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C-익스프레스(빅C 계열)가 점포 확장 단계에 있다. 사이공 쿱이 운영하는 쿱푸드(Coop Food) 경우 현재 점포 수가 72개이며, 사이공 트레이딩 그룹(Saigon Trading Group)이 운영하는 스타푸드 경우 32개점에 불과하다.

현재 베트남 편의점 시장은 일본, 싱가포르, 홍콩 자본 등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전개되고 있다. 후발주자가 신규 진입을 통해 얼마든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으므로 한국 유통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편의점은 한국 상품 공급 차원에서 매력적인 유통채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계 편의점인 미니스톱과 훼미리마트에서 팔리는 일본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점을 감안할 때, 편의점을 한국 상품 유통의 장으로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홈쇼핑 | 국내 홈쇼핑 업계, 베트남 현지서 격돌

TV홈쇼핑 시장은 베트남 정부가 2006년부터 케이블TV를 통한 홈쇼핑 채널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시장 규모는 1천억 원대에 머물고 있지만, 연평균 성장률이 20%에 달하며 인포머셜(중간광고) 형태의 영세 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 홈쇼핑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한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발 빠르게 진입했다. 2010년 CJ오쇼핑이 첫발을 내민 데 이어, 2011년에는 롯데홈쇼핑, 2012년에는 GS샵이 각각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현대홈쇼핑은 올해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Vietnam Television)와 손잡고 현지에서 홈쇼핑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국내 홈쇼핑 사업자들의 새 격전지로 부상했다.

그러나 국내 사업자들에게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아직 많다. 우선 베트남인들에게 홈쇼핑은 여전히 낯선 채널이다. 2012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주도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장품을 구매하는 베트남 여성 가운데 홈쇼핑 이용률은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다수 베트남 쇼핑객들이 오프라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홈쇼핑 이용객들 중에는 직접 방송국을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평균 구매단가도 50달러 수준으로, 한국은 물론, 태국 홈쇼핑 업계에도 못 미친다.

또한 홈쇼핑을 보는 케이블TV 서비스 가입자 수도 파악이 쉽지 않다. 2011년 기준 베트남 케이블 방송 가입자 수는 250~300만 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추정치일 뿐이다. 따라서 홈쇼핑 사업자들도 일단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실적을 역산해 추정치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현지 방송국인 SCTV는 자사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150만 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실제 유효 가입자 수는 120만 명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케이블TV 사업자의 확대 발표도 있지만, 방송 이용료를 내지 않고 몰래 시청하는 시청자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홈쇼핑 사업자 입장에서 또 하나의 난관은 ‘채널 고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충동구매에 의존하는 만큼 홈쇼핑 사업자에게 채널 위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채널 사이에 홈쇼핑을 배치해야 하는데, 베트남 케이블 방송 경우 채널 위치가 유동적이다. 현재 SCJ(CJ오쇼핑)는 SCTV 5채널, VGS(GS샵)는 HTVC 18채널, 롯데 다비에트(롯데홈쇼핑)는 VCTV 14 채널, HSV는 SCTV 10 채널로 방송 중이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 살고 있더라도 각각의 채널이 다른 번호에서 방송된다. 예를 들어, VGS 홈쇼핑이 어떤 지역에서는 13번 채널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6번 채널에서 방송되는 것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홈쇼핑 시장을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채널 고정 이슈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시장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호치민과 하노이를 중심으로 도시 계층의 홈쇼핑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현재 대다수 인구층이 30대 미만임을 감안할 때, 젊은층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홈쇼핑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어 현지 사업자들은 향후 전망을 매우 밝게 내다보고 있다.

베트남 진출, 늑장 부리면 기회 놓친다

베트남 유통시장은 해외 사업자들에게 매력도가 높다. 사이공 쿱 같은 토종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베트남 정부는 다국적 기업의 투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2007년 WTO에 가입하면서 단계별로 유통 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을 완화했고, 2010년부터 도•소매 유통 분야에서 100% 외국 법인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물론, 아직까지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보이지 않은 규제와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자국 유통업체 보호 차원으로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관행도 있고, 현지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보이지 않는 관행은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외국 기업들에게 호의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베트남 유통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약한 편이다. 롯데마트와 일부 홈쇼핑사를 제외하면 베트남 진출에 소극적인데, 현재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발 빠르게 진입해 현재 고객들의 니즈를 선도하면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특히 베트남 경제 성장과 함께 부각될 편의점과 홈쇼핑, 인터넷쇼핑 시장에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 상품들이 국내 유통기업의 손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