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 글] 쿠팡의 딜레마 – 로켓 배송은 지속될 수 있을까?


쿠팡만큼 불가사의하다고 생각되는 회사도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초반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사업모델이라 예상했으나,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고 나스닥에 상장하고 2022년 2분기에는 조정 EBITDA가 흑자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제 시장의 시각은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에서 이커머스 업계를 장악할지도 모를 잠재적 ‘거인’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듯 하다.

쿠팡이 2022년 2분기 ‘기적’을 발표하는 동안, 경쟁사는 힘을 잃어갔다. 이마트는 2분기 7조가 넘는 매출에도 지마켓 인수로 1년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되었다. 롯데쇼핑은 야심차게 준비했던 롯데온이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GS리테일 디지털 사업의 적자를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롯데, BGF에 이어 GS프레시몰도 새벽배송을 전면 중단했다.

이커머스를 포함한 유통의 핵심 역량은 “구매(Buy)-물류(Move)-판매(Sell)”, 즉[ BMS]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자들이 점포 입지를 기반으로 한 ‘판매’와 바게닝 파워를 활용한 ‘구매’를 핵심 역량으로 내세울때, 쿠팡은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물류’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몇 년전만 해도 이 게임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쿠팡이 차근차근 역량을 쌓는 동안 기존 업체들도 경쟁력을 쌓아 나가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 중 물류 혁신의 선두 주자는 신세계다. 신세계는 2014년 기흥 보정동 물류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김포, 용인에 투자하면서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한편, 네이버는 정부의 시각을 의식해 직접 투자보다는 CJ와의 전략적 지분 교환을 통해 CJ대한통운과의 파트너십을 택했다.

이커머스 사업자간 물류 혁신은 이제 쿠팡과 신세계의 SSG닷컴, 그리고 네이버로 3파전이 될 것이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은 혁신적이나, IPO의 성공 여부가 향후 성장의 갈림길로 보인다.

물류 혁신 싸움을 지나면, 이제 이커머스 시장의 다음 승부는 누가 더 생태계적 접근을 하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기존 [BMS]의 3가지 역량에 더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Vendor)과의 파트너십과 고객(Consumer) 락인(Lock-in)까지 누가 더 확대할 수 있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단순 [B-M-S]를 넘어 이제 [V->B-M-S->C]의 생태계적 시각이 더 중요해 질 것이다.

얼핏보면 고객 락인은 쿠팡이 앞서는 듯 보인다. 쿠팡 플레이로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멤버십을 유지해야할 명분을 주면서 재방문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쿠팡은 자사 브랜드/제조 제품(PB, PL)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벤더와의 관계는 지켜볼 대목이다. 쿠팡의 거래액이 증가하는 한 이슈 제기할 벤더는 많지 않을터나, 성장이 잠시라도 주춤하는 순간 많은 이슈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것이다. 이 때 쿠팡의 진면목이 확인될 것이다. 혁신적인 ‘실험’으로 끝날지 시장의 ‘거인’으로 우뚝 설지.

반면, 네이버는 오랜시간 ‘스마트스토어’를 개선하며 판매자와의 상생 구축에 집중해왔다. 최근에는 네이버페이와 쇼핑을 연계하며, 고객 락인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쿠팡이든 네이버든 자신만의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기 위한 ‘플랫폼 전략’을 생태계적 관점에서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커머스 ‘판’이 ‘오프라인 vs. 온라인’이었다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은 승기를 잡았다. 이커머스 침투율은 37%로 자동차와 연료를 제외하면 침투율이 47%에 달한다. 이제 더 이상의 고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커머스 ‘판’은 ‘유통사업’에서 광고사업’으로 진화 발전할 것이다.

이 싸움판에서 강자는 지난 20여년간 광고 업력을 쌓아온 네이버다. 하지만 쿠팡도 빠르게 위협할 것이다. 구매 고객들의 데이터를 정량화하여 판매하기 시작했고, 아마존처럼 새로운 광고 모델을 만들 확률이 높다. 당근마켓이 최근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지역 기반 광고를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애플과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정밀한 고객 타켓팅을 위한 데이터의 중요도가 더욱 커진다. 이커머스야말로 고객들이 구매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곳이다. 광고 시장에서 성과를 측정하는 데이터의 신뢰도가 점점 저하되면서, 기존 MMP (Mobile Measurement Partner) 사업자들의 파워가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안에 대한 요구는 거세질 것이고, 쿠팡이 그 틈새를 노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플랫폼은 과거 1) 검색과 2) 커뮤니티, 3) 관계 중심의 SNS 서비스를 거쳐, 이제는 4) 커머스와 광고 싸움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래서 네이버의 위협적인 경쟁 상대를 카카오가 아닌 쿠팡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동종간의 경쟁에서는 서로 비슷한 DNA로 상대의 플레이가 예측 가능하나, 이종간의 경쟁은 때로는 ‘낯설음’을 기반으로 혁신을 야기한다. 네이버와 쿠팡의 싸움에서 파생될 혁신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떤 싸움이든 이래저래 소비자는 즐겁다. 투자자의 돈으로 소비자의 후생을 늘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참고 기사] “언젠간 부딪힐 것”…’쿠팡 vs 네이버’ 전쟁 얼마 안 남았다 (한국경제, 202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