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팬더’는 겉으로는 순박해보이나, 표범보다 더 강력한 치악력을 가지고 있다. 팬더가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드물지만 대나무를 씹어먹는 치악력으로 사람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다. 느림보로 굼뜰 것 같지만, 100kg이 넘는 팬더가 나무를 훌쩍 오르는 경우도 흔하다.
2/ 누군가에나 약점은 있다. 임원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약점보다 강점이 많은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약점은 CEO가 되는 길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대놓고 알 수 있는 약점은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동안 극복하거나 감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미쳐 알지 못한 ‘팬더’ 같은 약점을 조심해야 한다. 눈에 띄지 않아 미쳐 몰랐으나, 그 ‘팬더’가 물고 늘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
3/ 113명의 CEO가 되지 못한 유망한 C-레벨 인재들을 분석한 결과, 62%는 하나의 ‘팬더’를 가지고 있었고, 10%는 두 개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35%는 이 ‘팬더’가 CEO로 고려되는 과정에 치명적 약점으로 드러났다. 주요 ‘팬더’는 크게 네 가지였다.
— 36%의 ‘팬더’는 CEO로서의 존재감과 관련된 것이었다.
— 28%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관련이 있었으며,
— 29%는 동료와의 관계와 연관된 것이었다.
— 나머지 7%는 과도한 낙관주의나 완벽주의였다.
4/ 첫번째, 어떤 이를 CEO 후보로 고려할 때 의의로 사소한 것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불쾌한 입냄새가 난다든지, 회사 문화와 맞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지적된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높은 이들은 CEO가 될 확률이 2.5배 높았다. 자신감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사내에서 자신을 상대적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멘터를 찾거나,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코칭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5/ 두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한 후보자는 장황하고 난해한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 지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학계에서나 어울릴법한 화법은 큰 약점이 되었다. 결국 이사진은 주주들이 이해할만한 단순하고 결론 중심의 명료한 방식의 화법을 구현하는 후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상하고 지적이며 ‘상아탑’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은 직관적인 용어를 쓰는 이들보다 CEO가 될 확률이 8배 낮았다. 말단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고, 성과에 집중하는 화법이 강의실 스타일의 화법보다 훨씬 유리하다.
6/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우리’보다 ‘나’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들은 CEO가 될 확률이 낮았다는 점이다. ‘나’를 문장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현명하게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는 이가 더 유리했다. 팀웍을 먼저 내세우며, 어떻게 ‘같이’ 이루어낼 것인지를 주목하는 이들이 CEO가 될 확률이 높았다.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미국에서는 억양이 쎌 경우 CEO가 될 확률이 12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문법이 다소 틀리거나 억양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질 때, 이들의 지적 능력이나 역량이 같이 무시되는 경우가 아직도 흔하다. 이 경우에는 악센트를 고치고 문법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이 길이다.
7/ 세번째는 동료와의 관계다. 유능한 임원의 경우, 자기 부서나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성과 평가서에는 상사나 부하 직원들로부터 훌륭한 결과나 열정에 대한 찬사로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조직이나 팀이 같이 성장하는 것보다 개인의 성공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중간관리자로서는 적합하나 그 이상은 올라가기 힘들다. 자신이 정해놓은 ‘테두리’ 밖을 넘어 ‘같이’를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직이 커질수록 한정된 자원을 놓고 부서간 갈등이 첨예한 경우도 많다.
8/ 하지만 잠재력 높은 후보자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다 같이 상생하며 최고의 성과를 낼 방법을 찾는다. 높은 성과를 내는 이들은 주변인들을 ‘존경’과 ‘경외’로 대한다. 때로는 성과를 내기 위해 관계를 깨는 경우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팀웍을 키우고, 올바른 명분을 쌓아 많은 이들을 따르게 만든다.
9/ 치명적일 수 있는 ‘팬더’가 오랜기간 동안 방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과 관계가 있다.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는 너무 사적이거나 사소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특히 고성과를 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이런 피드백을 피한다.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확률이 높다. 성과로 평가받으면 되지, 미팅에서의 사소한 옷차림이나 말버릇을 중요치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피한 이 피드백이 종국에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10/ 오늘 놓친 ‘사소함’이 커다란 약점으로 되돌아올수 있다. 커리어가 어느 순간 정체된다고 판단되었을 때, 지난 시절 받았던 피드백을 떠올려보자. 사소하지만 놓친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무엇이 치명적이었을지 반추해보자. 혼자 힘으로 알기 어려울 때는 동료에게 진실되게 조언을 구하거나, 외부 커리어 코칭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11/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팬더는 무엇일까?”
<Elena Lytkina Botelho and Katie Semmer Creagh, “What to Do If Your Career Is Stalled and You Don’t Know Why”, Harvard Business Review (Novembe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