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전문가를 이끄는 조직
1/ 애플이 오랫동안 혁신을 추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하나의 요소만을 부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나, 애플은 ‘기능형 조직’이라는 신선한 답을 내놓았다.
2/ 조직이 커질수록 사업부 조직은 정답에 가까운 답이다. 각 사업부가 P&L을 책임지며 사업부장이 CEO처럼 경영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다른 사업의 리더들과 경쟁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협업이 불가능에 가깝다.
3/ 애플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기 전, 애플은 매킨토시(PC) 사업, IT사업, 서버 사업 등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각의 사업부장들이 사업을 리드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CEO 복귀한 첫 해에 모든 사업부장을 해고했다. 그리고 각 기능별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디자인, 마케팅,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엔지어링, 소매 유통 등 각 기능별 부서로 조직을 재편했다.
4/ 애플 기능형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가가 전문가를 이끈다’는 점이다. 이는 관리자를 전문가로 만들기보다는 전문가를 관리자로 만드는 것이 더 용이하다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관리하고, 하드웨어 전문가들이 하드웨어를 관리한다. 전문가는 3단계 이상의 디테일을 알고 있어야 하며, 타 기능부서와의 토론에 열심히 임해야 한다.
5/ 스티브 잡스는 관리자에 대한 철학이 확고했다. “애플도 한때 전문 경영인을 채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확실히 관리하는 법을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랐습니다. 뛰어난 이들이 무언가 배울 것이 없는 이들과 왜 일하고 싶어 할까요?.. 정말 뛰어난 관리자가 누구인지 아세요? 그들은 절대로 관리자가 되기를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자신 말고는 그 일을 잘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전문가들입니다”
6/ 애플이 기능형 조직을 택한 이유는 기술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매우 빠른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과 직관에 의존해야 한다.
7/ 애플은 특정 분야에 가장 많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해당 분야를 의사결정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사업부별 조직이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키는 것인 반면, 애플 기능별 조직의 핵심은 ‘전문성’과 ‘의사결정권’을 일치시키는데 있다.
8/ 우리 조직이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야 하는 ‘전문성’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날카로운 답이 애플의 기능형 조직이다.
<Joel M. Podolny and Morten T. Hansen, “How Apple Is Organized for Innov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November–December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