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항중이던 프로젝트가 런칭 일주일을 채 남겨놓지고 않고, 이유도 모른체 갑자기 중단된다. ‘왜?’라는 질문을 던졌으나 돌아온 답은 불명확하다. 프로젝트 팀원들은 갑작스런 통보에 부정, 분노, 그리고 좌절을 느낀다. 월급이 안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비아냥거리는 얘기도 들린다. ‘월급쟁이가 그렇지 뭐!’하는 자조적 목소리도 커진다.

2/ 직장 생활에서 누구나 위기를 겪는다. 프로젝트 무산 역시 예사로 겪는 일 중 하나다. 처음에는 ‘왜?’에 집착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왜는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한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그리고 자책으로 이어진다.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났을거야. 우리 조직은 뭘 해도 안될 거야. 난 이 조직에서 영원히 성공할 수 없을거야’라는 부정적 생각이 꼬리를 문다.

3/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이를 회복을 방해하는 ‘3P’로 명명했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라고 생각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기는 만연함(Pervasiveness),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는 영속성(Permanence)이다.

4/ 인생은 위기라는 변화구의 연속이다.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변화구를 맞이했을 때, 3P는 부정적 방향으로 강화된다. 어떤 사건을 개인적 이유로 치부하고, 그 여파가 만연하고 영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화될 수록 우리는 위기의 늪에 흐느적거린다.

5/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잠시 멈추는 것이다. 늪에 빠졌을때 빠져 나오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더 깊게 빠져든다. 잠시 멈추고, 그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슬픔을 인정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음을 과감하게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6/ 하나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지만, 조직이 없어진 것은 아니고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니다. 당장 일자리를 잃은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오지 않은 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지금 상황은 오히려 그에 비해 별거 아니라고 깨닫게 되는 지점이 온다.

7/ 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고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더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생각의 흐름을 ‘나’로 가두지 말고, ‘밖’으로 더 눈을 돌려야 한다. 이 불행이 ‘나’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운 나쁘게 내가 잠깐 속했을 뿐 나를 둘러싼 주변인과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일상의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8/ 최악의 상황이라는 바닥을 찍어야 비로소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 스프링은 강하게 압축할수록 탄력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생각을 더 최악의 상황으로 밀어 부칠수록,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의외로 이 상황이 생각보다 별개 아니라고 인정할 수 있을때라야 회복이 된다.

9/ 위기 상황에 ‘면역’된 이는 없다. 다만, 위기가 닥쳤을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전략’만이 존재한다. 3P라는 늪에서 허우적댈 것인지, 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지금 이 상황이 의외로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든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10/ 아직 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야 역설적으로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다.

<Diane Coutu, ”How Resilience Works”, Harvard Business Review (May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