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원숭이 실험

조직이 커질 수록 창의성은 고갈되고, 소통은 단절된다. 이런 현상을 은유적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 흔히 알려진 ‘화난 원숭이 실험’이다. 이 실험이 유명해진 것은 ‘시대를 앞서는 미래경쟁전략, Competing For the Future, 1994’이라는 책에서 인용되서부터이다.

1977년 당시 미시건 경영대학원 교수로 갓 부임한 프라할라드(C. K. Prahalad, 2010년 타계) 교수는 ‘국제 비지니스 세미나’에서 당시 박사 과정에 있던 게리 하멜(Gray Hamel, 현재 런던 비지니스 스쿨 교수)과 설전을 벌인다. 너무나 격렬했던 그 토론은 오히려 인연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 후 17년간 끈끈한 우정으로 엮은 책이 바로 ‘시대를 앞서는 미래경영전략’이다.

이 책이 경영학계에서 유명해지면서, ‘화난 원숭이 실험’ 역시 유명세를 탔다. 이 책 원본 55, 56페이지에 인용된 ‘화난 원숭이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한 친구가 원숭이 실험 내용을 알려주었다. 4마리의 원숭이들이 한 방에 있다. 그리고 긴 장대의 꼭대기에 바나나를 매달아 두었다. 배고픈 한마리 원숭이가 그것을 먹으려고 장대를 타고 올라가 바나나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천장에서 찬물이 뿌려진다.

깜짝 놀란 원숭이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머지 원숭이들도 바나나를 먹으려고 시도를 했지만 장대를 오를 때마다 번번히 찬물 세례를 받는다. 여러 번 반복되자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먹으려는 시도를 아예 포기하게 된다. 이제 기존 네 마리 중 한 마리를 새로운 원숭이로 교체하였다. 신참 원숭이가 바나나를 보고 장대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자 고참 원숭이들이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고참들의 외침에 위축된 신참은 결국 포기를 하게 되고, 그 이후부터 차례로 한 마리씩 새로운 원숭이로 교체되었는데도 포기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후 모든 원숭이가 교체되고 샤워기가 제거된 후에도 어느 누구도 감히 장대에 오르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새 장대위의 바나나는 만져서는 안되는 금기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 일화는 큰 규모의 조직에서 나타나는 무기력증을 잘 드러내준다. 새로운 시각이나 노력은 ‘안돼!’라고 외치는 화난 원숭이들의 목소리에 눌려 번번히 무산된다. 따라서 ‘편견’을 뛰어넘어야만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 이 실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간된 책도 있다. 바로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이다. 이 책은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의 화난 원숭이도 피해야 겠지만, 내 안에 숨어 있는 화난 원숭이도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관성에 젖어 ‘해봐야 되겠어?’라는 의심부터 버리라는 얘기이다.

진짜 화난 원숭이 실험이 있었을까?

그런데 이렇게 자주 활용되는 ‘화난 원숭이 실험’을 누가 했을까? 그리고 그 결과가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똑같았을까? ‘원숭이 실험’을 인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프라할라드 교수와 게리 하멜 교수의 저작물을 언급한다.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인용된 출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는 미래 경영전략’이 밝히는 ‘원숭이 실험’의 출처는 ‘우리의 한 친구, A friend of ours’일 뿐, 정확한 출처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원래 출처는 찾지 못했다. 아마도 저자들이 지어냈을 확률이 높다. 직접 하멜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출처를 물었으나, 그의 비서에게 “몇 년전에도 유사한 질문이 있었으나, 하멜 교수는 출처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같은 궁금증을 지닌 한 네티즌 역시 게리 하멜 교수의 비서로부터 “죄송하게도, 하멜 교수는 요청하신 건에 대한 정확한 출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라는 잡지 역시 ‘화난 원숭이 실험’에 대해 유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잡지사에서는 텍사스 주립 대학의 브램블렛 박사(Dr. Claud Bramblett)를 찾아갔다. 박사는 약 30여년 동안 원숭이들을 연구한 전문가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만약 막대기 끝에 바나나가 있다면, 그 즉시 원숭이가 먹었을 것입니다.”라며 실험 결과에 대한 강한 의문을 표명했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원숭이가 진짜 화가 나긴 한 걸까? 진짜로 어렸을 때부터 코끼리를 기둥에 묶어두면 나이가 들어서도 기둥에서 달아날려고 시도를 하지 않을까? 뚜껑이 막힌 병에서 지친 메뚜기는 뚜껑을 열어두어도 병 밖으로 못 나갈까? 패스트 컴퍼니는 이 질문에 모두 ‘글쎄? 아닐걸요’ 라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렇다면 저자들은 완전히 새롭게 이야기를 지어낸 것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화난 원숭이’ 실험과 유사한 실험이 있긴 있었기 때문이다.

1967년 한 과학자*는 무리 집단 내의 사회적 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각각 4마리씩의 3살 난 수컷과 암컷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 원숭이들은 2.5살까지는 어미와 함께 자라, 자연 상태 그대로라고 간주해도 되는 상태이다. 이 원숭이들은 특수 설계 된 우리에서 실험되었다. 이들이 특정 물체(주방 그릇 등)에 손을 데면 갑자기 강력한 공기 바람이 나와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개별 원숭이마다 16번의 실험과정을 거쳤다. 물론 회수가 많아질수록, 실험 대상 원숭이들은 어떤 물체든 모르는 물체에 손을 데는 것을 무서워했다. 이 원숭이들을 전혀 실험이 가해지지 않은 동일한 나이와 성별을 가진 원숭이 무리에 넣었다. 그리고 새로운 물체를 우리에 집어 넣어줬다.

결과는 어땠을까? 일반 원숭이가 이 물체에 다가가려 하자 실험을 받았던 한 원숭이가 이를 제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실험을 받았던 다른 두 원숭이는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더라도 공포에 질린 듯한 얼굴 표정을 보여줬다. 위 ‘화난 원숭이’와 다소 유사한 결과이기는 하나, 세부 내용은 완전히 다른 내용의 실험이다.

이 실험이 주는 진짜 교훈

‘화난 원숭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이유 없는 ‘허구적 신화’라면 깨부수여야 한다. 철학자 베이컨은 ‘극장의 우상’을 이야기 하면서, 권위적 전통을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만약 ‘화난 원숭이 실험’의 이야기를  아무 의심없이 받아 들였다면, 그 순간 우리는 역설적으로 ‘허구적 신화’를 의심하지 않는 ‘화난 원숭이’가 되어 버린다.

결국, 이 실험이 주는 진짜 교훈은 이 ‘실험’조차 의심해보지 않는 자신을 의심해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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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Was the experiment with five monkeys, a ladder, a banana and a water spray conducted?’에 대한 첫 번째 답변 (링크)
*출처: Fast Company, Please Don’t Feed the Consultants (링크)
* 출처: Stephenson, Gordon R. (1967), Cultural acquisition of a specific learned response among rhesus monkeys, In  D. Starck, R. Schneider, & H. Kuhn (Eds.), Progress in Primatology, Stuttgart: Gustav Fischer, pp. 279-288.
* ‘화난 원숭이 실험, The Angry Monkey Experiment’은 편의상 사용한 것으로 이런 공식적은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