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병대가 영국 정규군을 상대로 승리했던 진짜 이유
멜 깁슨 주연의 영화 <패트리어트>에서는 현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나온다. 영국군과 미국 독립군은 마치 바둑판처럼 병사들을 일렬로 줄을 세운 후 상대편 군인을 향해 전진한다. 그리고 장교는 망원경을 통해 전투 상황을 관찰하다가 깃발로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이를 관찰한 중간 관리자가 병사들에게 명령한다. 총을 쏘라고. 마치 누가 먼저 핸들을 꺾을 것인지 내기하는 철부지 10대들의 치킨 게임과 유사하다. 반면, 주인공이 이끄는 미국 민병대들은 게릴라 전술을 펴면서 상대를 혼란에 빠트린다. 잠복하면서 상대방의 허를 노리는가 하면, 지형을 이용해 상대를 유린한다. 이 게릴라 방식에 분노한 영국군 장교는 매우 비신사적인 전투 방식이라며 주인공을 따끔하게 질책한다. 특히 장교는 절대 죽이지 말라며 호통까지 친다.
그렇다면 당시 영국군은 왜 일렬 종대 방식으로 싸웠을까? 이를 설명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이다. 당시 사용했던 소총은 ‘플린트락 머스켓(Plint Lock Musket)’으로 분당 2,3발이 최대인 초기 단계의 소총이었다. 성능은 좋지 않아 50미터 정도로 근접해야 목표물을 겨우 맞힐 수 있었으며, 그마저도 정확도는 매우 떨어졌다. 그리고 재장전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까닭에 이 시대 전투는 ‘인내심 싸움’이라고 명명될 정도였다. 장교들이 전투병들에게 내리는 일반적 명령은 “적의 눈동자의 흰 부분이 보이기 전까지는 사격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상대편이 근접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사격을 가해야 한다. 선제 사격을 하는 경우, 정확도가 떨어져 적에게 타격을 별로 주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적에게 이쪽 화력만 노출시키는 단점만 있었기 때문이다.
총기 ‘기술’ 외에 이런 전투 방식을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바로 ‘믿음’이다. ‘기술’로 위 전투 방식을 설명하기에는 같은 ‘기술’을 가졌던 미국 민병대의 싸움 방식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계급이 견고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이 계급에 따라 군대 내 계급도 정해졌다. 영화에서도 영국군 사령관의 계급은 백작이었으며, 아래 직급으로 내려갈수록 계급도 낮아진다. 계몽주의 철학자 루이 드 조쿠르(Louis, chevalier de Jaucourt)가 ‘백과사전’에서 “유럽 국가들의 병사들은 국가의 신민들 중에서 가장 천한 부류에 속하는 자들이다.”이라고 설명하듯, 군대는 철저한 계급주의의 반복이었다. 이런 까닭에 장교가 사병을 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제’와 ‘규율’이었다. 전투에서 언제 도망갈 지 모르는 사병에게 자율성이 높은 전술보다는 장교의 통제력이 높은 방식을 택한 것이 위에서 설명한 일렬 종대 전투 방식이다.
한편, 미국의 민병대, 프랑스 시민 혁명군, 나폴레옹 군대는 사병에 대한 ‘믿음’을 통해 보다 많은 ‘자율’을 강조하면서 기존 유럽 군대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미국 민병대와 프랑스 시민 혁명군은 귀족들의 전쟁이 아닌 자신의 전쟁으로 여겼기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가지고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대처한다. 나폴레옹의 군사들 역시 애국심이 강해 탈영자 수가 매우 적었다. 따라서 나폴레옹은 1만명 정도로 사단을 편성해 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했다. 현장에서 유연한 전술을 펼칠 수 있었던 나폴레옹은 당시 유럽 군대가 가지고 있지 못하던 기동력을 앞세우며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두 가지 전투 방식을 현 경영 방식에 적용하자면, ‘통제’와 ‘규율’이 중요시하는 일렬 종대 식 전투 방식은 ‘워크 하드 (Work Hard)’로 ‘자율성’과 ‘유연성’이 중요시 되는 게릴라 식 전투 방식은 ‘워크 스마트(Work Smart)’로 규정할 수 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 – 워크 하드 (Work Hard)
기존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은 ‘워크 하드’로 대변되는 ‘효율적 관리 기법’이다. 이 경영 방식은 1910년대 프레드릭 W. 테일러가 최초로 ‘발견’한 ‘과학적 관리법’으로부터 발전되었다. 이 ‘과학적 관리법’은 테일러가 당시 블루 칼라의 생산성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테일러가 발견한 ‘과학적 관리 기법’은 그 속성 상 두 가지를 전제한다. 하나는 ‘머리’와 ‘손발’의 분리이다. 즉, 보다 많은 제품을 빨리 그리고 문제 없이 만들기 위해 ‘머리’로 대변되는 사람이 ‘손발’ 중 가장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선발한다. 이들에게 도전적인 시간 목표를 주고 단위 업무 별로 시간을 재면서 업무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이 매뉴얼을 조직에 전파한다. 플라톤이 ‘철인정치’를 주장하며 국가 통치를 엘리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테일러는 플라톤의 주장을 기업 경영에 적용시킨 셈이다. 다른 하나는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매뉴얼에 맞추어 일을 하는지, 성실하게 일을 하는지 감시하며 채찍과 당근을 통해 직원들을 지도, 편달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속성은 인간을 일하는 부속품으로 간주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 결과 인간의 자유분방한 본성을 억누르고 규칙과 절차에 순응하도록 강요하면서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창의성은 사라져갔다. 또 하나의 단점은 블루 칼라의 생산성 향상에 적용한 방법을 화이트 칼라에도 그대로 적용시켰다는 점이다. ‘투입 노동 시간의 증대 = 생산성 향상’*이라는 패러다임이 화이트칼라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불필요한 야근을 업무 성과 증대로 착각하는 ‘워크 하드’가 화이트 칼라 업무의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이 경영 방식은 한국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 ‘효율적 관리 기법’을 통해 비용과 수익을 구분하고,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적 의미의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세계적 무대에서 선진 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이 ‘효율적 관리 기법’ 때문이다.
한국의 ‘효율적 관리 기법’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황의 법칙’을 들 수 있다. 2002년 당시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었던 황창규 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학술회의에서 18개월이 아닌 12개월 단위로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두 배로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무어의 법칙’에 의해 18개월 단위 개발이 일종의 업계 표준이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이를 12개월로 단축시킨 것은 가히 혁신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1.5배 이상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설명하는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효율적 관리’를 통한 연구 개발 직원 관리이다. 황 사장은 전투에서 영국군 장교가 언제 총을 쏠지 결정하듯 12개월로 개발 기간을 줄이겠다는 전략적 의제를 발표한다. 이에 개발 부서 직원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성실하게 일한다. 단순한 계산으로, 동일한 수준의 인력이 비슷한 인원수로 개발한다고 하면, 경쟁사 대비 1.5배 더 일하면 기간을 1.5배 단축시킬 수 있다. ‘효율적 관리 기법’과 ‘워크 하드’가 ‘황의 법칙’의 유일무이한 이유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 집계에 의하면 2011년 한국 근로자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약 450 시간 더 높다. 이런 까닭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 역시 2011년 11월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가 네덜란드, 독일 등 선진국 대비 2배에 달하는 평균 노동시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존 성장 모델의 한계 – 워크 하드(Work Hard)에서 워크 스마트(Work Smart)로
‘효율적 관리 기법’ 하에서 ‘워크 하드’ 모델이 우리 경제 발전을 가져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존 전투 방식을 고수하던 유럽 국가들이 미국 민병대, 프랑스 시민 혁명군, 나폴레옹 군사들에 의해 패한 것처럼 쇠퇴하기 마련이다. 기업 운영에서 과거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때의 성장 방식이 최근 3% 수준의 성장률 상황에서도 적용될 것이라는 것은 이상적 희망에 가깝다. 또한 1970년대에는 블루칼라가 절대적 다수였으나 최근에는 화이트칼라가 다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루칼라를 위한 업무 방식을 화이트 칼라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억지스럽다. 이코노미스트지가 근무 시간 단축을 통한 혁신 제고를 제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루 칼라를 위한 ‘워크 하드’의 방법에서 벗어나, 화이트 칼라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워크 하드’와 ‘워크 스마트’의 전제가 되는 핵심 질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블루 칼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질문은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제품을 빨리, 싸게, 품질에 문제 없이 만드느냐?’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각 종 변수와 결과값을 정량화시켜야 한다. 따라서 테일러 시절에는 스톱워치가 중요했다면 현재는 각 종 통계 도구가 중요시된다. 소위 TQM, 6시그마와 같은 방법론들은 정량화가 가능한 이 질문에 어떻게 체계적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서이다. ‘머리’에 해당하는 이들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냈다면, ‘손발’에 해당하는 이들은 ‘워크 하드’ 방식을 통해 열심히 일하면서 보다 많은 제품을 빠르고 싸게 그리고 문제 없이 생산하도록 노력한다.
한편, 화이트 칼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질문은 ‘어떻게 하면 고객을 보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이다. 이 핵심 질문의 가장 큰 특징은 결과값은 정량화가 가능하나 투입 변수는 정량화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결과값은 ‘고객이 얼마나 많이 사가느냐?’와 같은 매출이나 수익성 또는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느냐?’와 같은 설문 조사 결과 등으로 정량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투입 변수 하나하나는 정량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훨씬 많다. 애플의 아이폰은 블랙베리와 기능적으로 유사한 제품이기는 하나 숫자로 설명하기 힘든 창의적 생각으로 고객을 감동시키고 있다. 기부 마케팅을 제품 판매에 적극 활용한 탐스(Toms) 역시 정량적 접근 방법으로는 사업 기획 단계를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화이트 칼라의 핵심 질문에 답하기 필요한 투입 변수는 ‘창의성’이라는 정량화가 힘든 특질로 규정된다.특정 화이트 칼라의 ‘효과적 업무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기 힘든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창의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창의성 측정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창의성은 딱딱하고 남이 정해 놓은 사고 방식보다는 자신만의 유연한 사고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형화된 업무 환경 보다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점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화이트 칼라 생산성 제고를 위한 핵심 질문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업무 환경은 무엇인가?’으로 바꾸어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추상적 답변이 ‘워크 하드’와 대비되는 ‘워크 스마트’이다.
미국 유니레버에서 경험한 워크 스마트(Work Smart)
그렇다면 워크 스마트를 위한 업무 환경은 무엇일까? 기존 워크 하드 업무 방식과는 무엇이 다를까? 아마도 미국 ‘유니레버’에서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개인적 경험이 워크 스마트를 설명하는데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2011년 5월, 입사 후 내 담당 매니저와 첫 미팅이었다. 가볍게 소개를 마친 후, 내가 물어본 첫 질문은 “자! 저는 무슨 일을 하면 되나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였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글쎄 요즘 아이스크림 카테고리 전반적으로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데, 수익성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매출을 올리는 방안이 있다면 이것도 좋아요.” 이렇게 넓고 불확실하게 프로젝트 목표를 주면 보통은 둘 중 하나다. 매니저가 별로 고민을 안 해봤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이다. 아차 싶었다. ‘외국인이라 별로 기대 안하고 뽑은 건가?’라는 생각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업무 환경으로 옮겨갔다. “보통 유니레버 직원들은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나요? 그리고 제 자리는 어디인가요?”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더 당황스러웠다. “출퇴근은 알아서 하시면 되요. 보통 8시 출근인데 체크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금요일은 해피 프라이데이라 오전만 출근하거나 일 없으면 안 와도 되요. 자리는 임시로 정해주기는 할 텐데, 그냥 빈 자리 아무데나 앉아도 되고요.” 무관심하게 얘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매니저는 내 컨설팅 업무 경력을 언급하며 기대가 같이 잘 일해보자며 격려까지 해 준 상황이었다. 이런 까닭에 내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럼 프로젝트 중간중간 보고는 어떻게 하나요? 그리고 제 업무 성과는 어떻게 평가되나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지막 질문이었다. 당연히 확인해 되어야 할 절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나를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음…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얘기하세요. 메일로 보내든 메신저로 하든, 뭐 전화도 상관 없고요. 그리고 보고는 딱히 정해진 틀은 없으니 편하게 미팅 잡으세요.”
첫 미팅에서 난 자연스럽게 업무 내용, 주요 보고 일정, 일하는 방식, 일하는 장소, 그리고 같이 일할 사람 등에 대해 물어봤다. ‘워크 하드’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될 사항들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돌아온 답변은 모두 ‘내가 편한대로’였다. 처음에는 정말 나한테 별 기대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2주차 지났을 때, 유니레버 모든 화이트 칼라 직원이 이렇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니레버는 ‘워크 스마트’를 이미 수 년 전부터 체화시키고 있었다.
유니레버는 ‘워크 스마트’ 방식의 업무 환경을 ‘에자일 워킹, Agile Working’이라고 부른다. 이 환경 속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유연성은 극대화된다. 이런 까닭에 나랑 같이 일했던 다른 팀장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유니레버의 큰 장점으로 꼽을 정도이다. 처음에는 의구심부터 들었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업무를 맡기면 일이 돌아갈까?” 12주를 보낸 후 인턴을 마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워크 하드’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놀라운 문화적 충격이었다.
워크 스마트를 위한 3가지 요건
유니레버 경험에 비추어, 워크 스마트 체계의 특징으로 ‘자유로운 업무 환경’, ‘자율적 업무 설계’, 그리고 ‘결과 중심의 성과 평가’로 규정할 수 있다.
‘자유로운 업무 환경’은 물리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고, 출퇴근 시간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한 실시간 연락이 가능해야 하고, 아웃룩을 통한 스케쥴이 전 직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미팅을 잡기 위해서는 사전 전화나 메신전 연락 대신 아웃룩을 통해 ‘초청’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놀랍게도 유니레버에서 메일, 메신저 등 대부분의 회신은 회의 등 다른 일이 없다면 5분 이내에 이루어졌다.
‘자율적 업무 설계’는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과 ‘유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시키는 거나 제대로 해!’라는 일반적 한국 기업 문화에서 ‘자율적 업무 설계’는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평등한 관계에서 자신이 충분히 고민한 다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를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수용 가능할 때 ‘자율적 업무 설계’가 가능하다.
따라서 유니레버는 직급이 의미가 없다. 직급은 임원과 실무, 이렇게 두 단계로만 구분된다. 임원은 의사 결정을 위한 자리라는 성격이 더 강하게 작용했으며, 결코 아래 직원을 복종시키거나 일을 시키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다만, W.L. 고어처럼 혁신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실시하는 회사는 아예 대표를 임직원들이 투표로 뽑기도 하나, 유니레버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런 맥락에서 내 매니저는 나를 감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길잡이였다. 물론 미국에서 이게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서로 직급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체계였기 때문에 한국보다 평등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결과 중심의 성과 평가’는 ‘워크 하드’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이다. ‘워크 하드’ 체계에서는 ‘언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따라서 과정 관리가 핵심이다. 반면, ‘워크 스마트’ 체계에서는 과정은 대부분 자율에 맡겨진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한 평가 잣대를 들이댄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내 경험을 비추어보면 ‘과정 관리’를 강화하면 사람과의 관계에 보다 신경쓰기 마련이다. 특히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 노하우는 기존 조직원들이 나보다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할 수 밖에 없다. 한편, ‘결과 관리’는 말 그대로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컨설팅 식으로 얘기하자면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라는 질문을 수 없이 되뇌어야 한다. 두 가지 방식에 장단점이 있으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워크 스마트’ 방식에서 더 발현되기 쉽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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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스포츠 경향, [역사서비스 사실은] ‘어째서 그들은 서서 싸웠을까?’ (2006/10/30)
* 이병하, 서의정, 이희진, 한국 기업의 워크스마트 실천방안, 삼성경제 연구소 (2012/03)
* Economist, What do you do when you reach the top? (2011/11/12)
* 오동희 기자, ‘황의 법칙’ 언제까지 지속될까?, 디지털타임스 (2007/05/02)
* 매트 스튜어트, 위험한 경영학, 청림 출판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