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격전기 – 듀프리의 뉘앙스 인수
한국인들에게 면세는 그저 롯데와 신라 정도일 뿐, 스위스 태생의 듀프리나 뉘앙스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뉘앙스는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싱가폴,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면세 사업자이다. 듀프리 역시 최근 한국 김해공항에도 입점했을 정도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최근 이 두 개 기업의 인수합병 소식은 글로벌 면세 시장의 큰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듀프리, 뉘앙스 인수 발표
6월 4일, 글로벌 2위 면세 사업자인 듀프리(Durfy)가 7위 사업자인 뉘앙스(Nuance)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듀프리는 약 17억 달러 (약 1.7조원)를 들여 인수할 계획이고, 2014년 3분기 내 인수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인수를 통해 듀프리는 뉘앙스가 가지고 있는 미국, 아시아 그리고 유럽 지역 내 면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듀프리의 뉘앙스 인수 이유: 1) 매출 확대 측면 시너지
듀프리가 뉘앙스를 인수하면서 제일 먼저 강조한 부분은 매출 측면 시너지이다. 글로벌 면세 사업자 순위를 살펴보면, 듀프리는 DFS Group에 이어 2위, 뉘앙스는 7위이다. 아주 간단한 셈법으로 듀프리와 뉘앙스의 매출을 합치면 현재 1등인 DFS보다 월등히 앞서게 된다. Dufry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합병 기업은 전세계 면세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듀프리가 밝히는 또 다른 인수 이유는 ‘사업 영토의 확장’ 측면이다. 듀프리가 주로 아메리카 대륙에 치우쳐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뉘앙스는 아시아, 유럽에 치중에 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두 기업이 합쳐질 경우, 자연스럽게 세계 전역에서 면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듀프리의 뉘앙스 인수 이유: 2) 비용 절감 측면 시너지
다른 측면의 시너지는 비용 절감이다. 2개의 강력한 글로벌 사업자의 합병은 유명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 대비 협상력의 증대를 가져온다. 구매자의 협상력 증대는 자연스럽게 구매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 외에도 물류비 절감, 관리 인력 축소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퍼레이션 관점에서 시너지를 얼마나 잘 낼 것이냐는 앞으로의 숙제이다. 듀프리는 Centralization이 매우 강한 회사이다. 단적인 예로 몇 년전부터 듀프리는 브랜드 대상 협상력 제고의 일환으로 ‘Central buying’을 계속 강화시켜왔다. 본사 중심의 MD로 재편하여 샤넬, 루이비통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동등한 입장의 협상력을 가지려해왔다. 한편, 뉘앙스는 분권화가 강한 회사이다. 지역별로 독자적인 운영 모델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서로 상이한 모델을 가진 두 회사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는 계속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글로벌화하거나 합병하거나!
최근까지도 한국 면세 사업자들은 정치권 보호 아래 한국이라는 한정된 영토에서 싸워왔다. 하지만 시장 확대의 한계가 드러나자 이제서야 외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라가 2012년 마카오, 홍콩으로 화장품 판매를 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싱가폴 창이 공항의 면세 사업권을 일부 획득했다. 롯데도 2013년 괌 면세 사업권을 획득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사업에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라면, 해외 사업자들은 일찍부터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듀프리, 뉘앙스 등 스위스 지역을 거점으로 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제 해외 사업자들은 글로벌화에 한계가 왔다고 판단하자 과감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합병은 향후 면세 산업에서 한동안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롯데나 신라가 합병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반대로 해외 진출의 일환으로 롯데나 신라가 인수 주체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