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략 컨설팅의 위기

올해 들어 ‘경영 컨설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고객사들 입장에서 느끼는 가치가 줄어들면서, 경영 컨설팅 회사들 역시 일감이 줄어들고, 컨설턴트도 고용 불안으로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보자면, 이 기사는 대부분 맞는 얘기이다. 경기 순환론적 관점에서 2013년 확실히 한국 경영 컨설팅 시장은 저점을 찍었고, 이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소위 Big 3라 불리우는 컨설팅 회사에서도 인력 퇴출은 발생했다.

비단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컨설팅업의 구조 조정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부즈와 모니터 컨설팅이 각각 PwC 컨설팅과 딜로이트 컨설팅에 매각된 것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이 외에도 액센츄어와 EY 등 회계법인 기반 컨설팅 회사들도 전략 컨설팅펌을 인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13년의 상황을 2014년 현재까지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2013년에만 해도 불황이었다면, 2014년 현재는 대부분 전략펌들이 ‘Sold out’ 상황이고 오히려 컨설턴트가 없어서 프로젝트를 거절해야 할 정도이다. 업황이 빠르게 변하는만큼 2013년의 소식이 지금에서야 기자들에게 알려져 이를 기사화한 것처럼 보인다.

컨설팅의 위기: 1) 국내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 신호

현재 전략 컨설팅 시장 상황이 어떠한가와 별개로, 만약 현재 관행대로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전략 컨설팅업은 점진적으로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이 전략 컨설팅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하락하고, 대기업들이 인하우스로 컨설팅을 수행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더 핵심적인 이유는 ‘전략 컨설팅업’의 주요 고객사인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컨설팅펌은 한국 대기업들에게 ‘글로벌 자본주의의 첨병’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 당시 ‘전략 컨설팅펌’의 역할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 전략 컨설팅펌’의 자문을 받으며 글로벌 무대로 발돋움 했다. 포스코와 같은 철강업을 비롯해, 조선업, 해운업은 전세계적으로 상위권에 포진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독보적인 글로벌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한국 대기업들의 위상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세계 무대에서 큰소리쳤던 조선업에서 왔다. 조선 회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뒤를 건설업과 해운업이 이었다. 내수 악화와 함께 셰일 가스 등 세계 에너지 판도 변화에 따라 국내 에너지 회사 역시 주춤거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SK텔레콤이나 KT는 과거처럼 고성장을 누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외국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가 명맥을 이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전략 컨설팅펌’을 활용하는 빈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해외 진출 관점에서 컨설팅펌의 활용은 계속 될 것이나, 전반적으로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략 컨설팅펌’의 위기는 국내 내수 시장 위주로 안이하게 대처한 ‘국내 대기업’의 위기에서 찾는 것이 순서적으로 맞다.

컨설팅의 위기: 2) 국가 경쟁력 약화 신호

국내 대기업의 점진적 쇠퇴가 ‘전략 컨설팅 위기’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앞으로 ‘전략 컨설팅펌’이 더욱 쇠퇴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똑똑한 인재의 유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똑똑한 인재’들이 전략 컨설팅펌의 문을 두드렸다면, 최근에는 그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대부분 인재들은 전략 컨설팅펌보다는 ‘work & life balance’가 보장되는 직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를 조금만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인재 유출의 이슈는 ‘전략 컨설팅펌’만의 이슈가 아니라 국내 기업, 더 나아가 국가적 이슈이기도 하다.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아예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0년에 졸업한 미시간 MBA 졸업생의 1/3 정도가 미국에 남았다. 하지만 최근 졸업생들은 2/3 이상이 미국에 남았고, 최근 입학한 분들에게 물어보면 MBA에 가는 이유는 “한국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이다. 미시간 MBA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 MBA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이들은 미국에 남으려 하고, 한국에 돌아온다는 것 자체가 ‘루저’로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결론적으로 똑똑한 인재들이 ‘전략 컨설팅펌’을 기피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국내 대기업을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대기업이나 전략 컨설팅펌을 회피해 외국에서 일하려고 하는 인재들이 훨씬 더 많다. 지금은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점차 이 문제는 가시화될 것이고, 유능한 인재들이 유출될수록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역시 쇠퇴할 것은 자명하다.

내 주위 컨설턴트들 중에 ‘난 평생 경영 컨설팅을 할거야!’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한국 기업에 가야지!’ 하는 친구는 더욱 없다. 다만 영어로 일하기가 불편하고, 한국이 편하니 (일시적으로) 대기업으로 전직하거나 그도 아니면 VC나 PE로 옮기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성장하고 글로벌 무대로 발돋움하면서 글로벌 컨설팅펌의 역할이 ‘자본주의의 첨병’에서 ‘자본주의의 용병’으로 전락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글로벌 컨설팅펌’의 무용론 관점에서 비판하는 시각도 일견 맞다. 하지만 ‘전략 컨설팅펌’의 위기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국내 대기업들의 위기를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고, 유능한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향후 한국 경쟁력에 심각한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참고 기사: 컨설팅업계 ‘3重苦’…일감 줄고, 요구 깐깐해지고, 신분도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