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장은 매가리가 없어! 니가 하고자는 메시지는 매력적이지 않아!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현대 사회에서 직장인들, 그리고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표현이다. 그런데, 막상 “그러면 도대체 어떤 주장이 매력적인건가요?”라고 반문하면, 돌아오는 답은 “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온다.

도대체 어떤 주장이 매력적인 주장일까? 다시 써보자면 어떻게 해야 주장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최상의 정답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컨설팅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일부 생기긴 했다. 흔히 컨설팅 업의 본질을 “1) 주장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2) 설득력 있게 전달해 3) 실행하게 만든다!”이라고 얘기한다. “매력적인 주장!” 컨설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컨설팅 연차가 어느정도 된 분들은 자신들 나름의 ‘매력적 주장’에 대한 척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차원’의 개념을 차용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1차원적 주장: 하얀 백지에 선을 긋다! – 새로운 What에 주목하라!

가장 매력적이자 강력한 주장이다. 상대방의 미지의 영역에 새로운 선을 그어 계몽시켜 주는 방식이다. 상대방이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방법을 제시한다면 그리고 이 방법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주장의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있다. 주장의 기초로서 ‘문제 인식’에는 반드시 상호간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주장을 전달하는 대화는 아마도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 당신의 문제는 XXX, XXX, XXX입니다. 이거 공감하시죠? 이 문제가 왜 생긴지 아세요? 아마 고민을 많이 하셨겠지만, 대안을 못찾아 고민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이젠 그만 고민하셔도 좋습니다. 자! 이런 유사한 문제를 겪은 선도사는 xxx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당신도 xxx를 도입해보세요. 당신의 고민이 충분히 해결 될 것입니다.”

아마 어디서 많이 본 대화일 것이다. 흔한 시쳇말로 ‘약장사’하는 사람들과 말하는 방식이 유사하다. 하지만 ‘약장사’가 현대에도 유용한 이유는 주장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문제를 정확히 찝고, 이를 해결해주는 새로운, 그리고 참신한 방법이 있다는 데 한 번 시도해볼만 하다.

국내 IMF 전후 컨설팅 1세대의 핵심 역량이 바로 이러한 주장을 통해 발현됐다. 국내 기업들은 당시 부정부패 및 비효율성으로 상징되는 ‘로컬 스탠다드’를 버리고 미국 선도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기 위해 너도나도 열성이었다. 이 당시 컨설팅은 당시에는 듣도 보도 못한 ERP, SCM, PI 등과 같은 영어 약자를 포장하기에 바빳고, 기업들은 기꺼이 투자했다. 지금까지도 국내 일부 기업인들이 컨설팅을 ‘약장사’처럼 생각하는 이유는 이 시절 컨설팅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이 방식의 메시지는 매우 명료하다. 상대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거나 잘 못 알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명과 암, 비효율성과 효율성, 정의와 부정, 독재와 민주주의처럼 절대악과 절대선이 비교적 명확하게 존재한다. 주장을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과 반대 포지션을 취하기만 해도 매우 쉽게 내 주장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한국 사회에서 ‘1차원적 주장’은 유효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1차원적 주장’이 매력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상대방(고객)이 모르는 영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계몽주의’가 힘을 잃듯, 현대 사회에서 일반일들의 지식 수준이 올라가면서 이런 ‘1차원적 주장’이 유효할만한 영역이 많이 남지 않았다. 컨설팅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2차원적 주장: 선을 추가하여 집중해야 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다. – How에 대한 How를 알려주어라!

1차원적 주장은 비교적 명쾌하나 경제와 산업이 성장할수록 미지의 영역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 경우, 기업들은 두 가지 조언을 필요로 한다. 1)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연장선상의 관점에서 더 많은 지식/노하우를 요청하거나, 또는 2) 기존에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요청한다.

첫 번째 요청에 대한 가장 흔한 예는 선도사 벤치마킹이다. 기업들이 어느정도 알고 있는 개념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선도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렇게 하는데, 나보다 잘 하는 미국 선도사는 어떻게 하고 있지? 내가 무엇을 바꿔야 하지?” 이런 고민의 답변으로서 해외 선도사 사례는 매우 매력적인 주장의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JIT 개념은 비교적 명확하게 알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도요타를 벤치마킹한다든지, 또는 삼성 갤럭시폰 핸드폰 사업부가 애플을 추월하기 위해 그들의 판매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식이다. 이 경우 주장을 전달하는 대화는 아마도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 당신은 그 동안 xxx를 도입해 나름대로 조직 내 정착시켜왔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다보니 xx 문제에 봉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만 고민하셔도 좋습니다. xxx를 먼저 도입한 미국 선도사도 당신과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고, 이 경우, xxx 방식을 통해 해결한 바 있습니다. 당신도 xxx게 해 보세요. 당신의 고민이 충분히 해결 될 것입니다.”

‘1차원적 주장’과 여전히 유사하다. 하지만 ‘1차원적 주장’이 눈에 보이는 ‘What(시스템, 프로세스, 약품 등)’에 가까웠다면, ‘2차원적 주장’은 ‘How (노하우, 해결방안)’에 더 가깝다. 이 방법은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고, 그 영역을 확대하는 개념으로써 내 주장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두 번째 요청도 같이 살펴보자. 이 경우, 컨설팅 회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선을 하나 더 그어 2 by 2 matrix’ 를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되, 상대방에게 기존 영역을 포함한 새로운 영역을 포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시각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예중 하나는 상품을 가로축으로, 채널을 세로축으로 놓게 되면 3개의 새로운 영역이 탄생한다. “기존 상품, 기존 채널”이라는 고객의 핵심 영역을 “신규 상품, 기존 채널”, “기존 상품, 신규 채널”, “신규 상품, 신규 체널”과 같은 추가적인 영역으로 확대함으로써 주장 자체의 세련됨을 부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장을 전달하는 대화는 아마도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 당신은 그 동안 xxx에만 몰두하고 계셨습니다. 훌륭한 전략입니다. 매우 잘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외연을 넓히시길 권장해드립니다. “기존 상품, 기존 채널”과 같이 익숙한 영역은 기존 노하우를 잘 활용하셔서 열심히 하시고, 이제는 새로운 영역을 같이 해봅시다!!!!!

이러한 주장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판을 새로 짜는 것”에 있다. 고객이 가장 잘 하는 영역인 “기존 판”에서 더 잘하라고 해봐야 그 주장은 별로 매력적이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해당 고객이 그 분야에서 수십년 동안 비지니스를 해왔다면 그 분야의 심도깊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매력적인 주장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선을 하나 더 그어 새로운 영역을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판짜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영역 안에서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반복하라고 주장해도 이 방식은 여전히 참신한 주장이다. 아니 오히려 매우 추천하는 방법이다. 고객의 기존 노하우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나아가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니, 상호 윈윈에 가깝다.

이 방식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매우 유용한 방식이었다. 선도사를 따라하서면 ‘Fast Second’ 전략을 신성시했던 당시 추격형 기업들에게 벤치마킹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컨설팅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도사에 대한 Access 및 영어 커뮤니케이션 실력을 무기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 by 2 matrix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되었고, 컨설턴트는 매번 2 by 2로 어떻게 그릴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3차원적 주장: 새로운 면을 추가해 공간을 생성하다. – Why -> How -> What

기업들이 성장할 수록 그들이 잘하는 영역이 생기기 시작하고, 시간이 흘러 인접 영역까지 확대했을 때,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성숙 기업들은 이제 평면적(2차원) 고민에서 벗어나 보다 입체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2개의 축에서 그들의 핵심 역량을 분석했다면, 이제는 3개 또는 4개 이상의 축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래도 답이 없을 경우, 제 3자에게 조언을 요청한다. 이 경우, 매력적 주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힙겹다. 일단 고객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나 이미 그들의 고민이 상당 수준 깊어, 외부에서 따라가기도 버겁다.

입체적 사고의 요체는 ‘Think different’이다. 이제 기업들은 추격형에서 벗어나 선도형과 같이 only 1의 전략으로 목표를 수정한다. 여기에서의 핵심 질문은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only 1이 될 수 있을까요?”와 같은 고난이도 질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이에 대한 답으로서 제시하는 방법론의 핵심적 예시이다.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고, 과도한 것은 축소하고, 어떤 것을 증가시키고,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등 4가지 방법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주목한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결국 그 기업이 하고자 하는 목적(Why)을 재조명하고 재정의해서 ‘업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주장을 전달하는 대화는 아마도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 당신은 그 동안 xxx을 핵심 사업으로 두고 인접사업 나아가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셨습니다. 훌륭한 전략입니다. 매우 잘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입체적으로 전략을 새로 짜시길 권장해드립니다.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제거/축소/증가/창조와 같은 방법을 통해 우리의 상품-서비스-고객 간 연계성을 어떻게 더 강화할지 고민해봅시다.

2004년 블루오션 전략이 소개된 이래 한국 기업들은 2000년대 후반, 특히 2008년 금융 위기를 전후로 이러한 고민에 맞딱드렸다. 70~90년대를 거치면서 일본과 미국 기업을 벤치마킹하며 추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only 1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No.1 보다 Only 1이 되어라!”라는 주장은 명확하고 필수적이나, 그것을 달성하는 길은 추격형에 비해 수백배 어려운 길이다.

quicken<블루오션 전략 캔버스 사례: 여러개의 축을 기준으로 줄이거나,
없애거나, 늘이거나, 만들거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4차원적 주장: 그 공간에 시간의 흐름을 부여하다 – 패러다임을 변환시켜라!

마지막은 3차원의 공간에 시간을 더한 4차원적 주장의 방식이다. 고객 또는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맞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중요도의 축이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흔히 ‘패러다임의 진화’로 주장을 펼치게 되며, 설명의 편의를 위해 버전(1.0 – 2.0 – 3.0)과 같은 표현을 흔히 사용한다. 이러한 방식의 주장은 보통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자! 당신 회사의 마케팅은 마케팅 1.0 버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편 선도사의 경우 마케팅 1.0 및 2.0을 거쳐 현재 마케팅 3.0으로 진화한바 있습니다. 국내 최근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변화의 속도는 다를 수 있으니 변화의 방향성은 유사합니다. 자 이제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순차적으로 마케팅 1.0에서 2.0으로 그리고 약 십년 뒤 3.0으로 진화하는 길을 택하시겠습니끼? 아니면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그리고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퀀텀 점프를 통해 3.0으로 바로 진화하는 길을 택하시겠습니까?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주장의 세련됨에 있다. 상대방에게 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고, 나아가 상대방의 그 동안의 업적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커뮤니케이션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자! 당신은 지금껏 성실하게 일해 왔습니다. 지금 회사의 성과가 여기까지 온 것도 다 그 덕분입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속도보다 변화의 방향을 재점검할 때입니다. 당신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추어 중심축을 이동하자는 것입니다. 당신의 변화의 속도는 유지하되 변화의 방향을 변화시켜 새로운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최고의 회사로 만듭시다!

최근 한국 컨설팅 업의 주장은 위에서 언급한 ‘4차원적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주장의 방식이 세련되기도 하지만, 한국의 산업 패러다임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Proxy 지표로서 흔히 사용하는 1인당 GDP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2년을 전후로 1인당 GDP가 2만불을 넘어서며 소위 말하는 선진국형 가치 소비 패턴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객의 변화는 소비재/유통 회사를 포함한 전 산업 영역의 회사에게 질적 성장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변화가 GDP 저성장 국면과 맞아떨어지면서 기존의 방식대로는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의 대부분 산업은 패러다임 전환점에 놓이게 되었고, 말 그대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변화의 방향성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결언

주장의 매력도를 어느 하나의 잣대로 일반화하기는 매우 어렵다. 상황과 청자에 따라 주장의 매력도라는 것은 주관적으로 판단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원’이라는 개념을 대입해보면, 흩어진 모래 속에서도 매력적 주장의 패턴을 일부 발견해볼 수는 있다. 기획안을 쓰면서 새로운 주장을 펼칠 때 한번 자문해보자. 내 주장이 과연 몇 차원에 머물러 있는지? 조금 더 차원을 높일 방법은 없는지? 이 정도에서 타협하고 주장을 내세워도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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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http://golf.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5062146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