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경영 컨설팅 주제를 요약하자면 절망과 희망 사이의 ‘변곡점’이 아닐까 한다. 경제 상황을 보자면 절망이 가득해 보이나, 미래 지향적 의미를 담고 있는 ‘변곡점’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겠지’라는 일말의 긍정이라도 가져보기 위해서이다.
경기 침체와 신성장 동력의 부재 사이에서 절망하는 대기업들은 면세점과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5년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시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국내 M&A 역사상 최대 인수가를 기록한 홈플러스 인수도 큰 화두였다.
#1. 면세점 대전
2015년은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무한 경쟁 상황이었다. 한화 갤러리아, 신세계, 두산이 새롭게 서울 시내 면세권을 획득했으며, 롯데와 SK는 기존 가지고 있던 면세 사업권 재확보에 실패했다. 여기에 하나투어 등 중소기업들이 참여한 SM면세점도 신규로 사업권을 획득했다.
대기업이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뛰어든 이유는 1) 면세 산업의 높은 성장률, 2) 시내면세점의 높은 영업이익률, 3) 사업 운영의 상대적 낮은 난이도 때문이다.
1) 면세 산업의 높은 성장률: 2015년은 메르스 때문에 한 풀 꺽이기는 했으나, 과거 수 년 동안 매년 1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다. 이 정도 성장률은 다른 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치이다. 5년 전만 해도 면세 시장은 내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중국 관광객이 붐이 일면서 최근 3년 동안 중국 관광객이 전체 면세 시장의 약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한류가 지속되는 향후 수 년간 이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15년 보여주었던 정부의 무능력한 메르스 대처 및 일본의 엔저 현상, 그리고 중국 관광객의 낮은 한국 재방문율 등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2) 시내면세점의 높은 영업이익률: 면세 사업은 크게 보자면 공항면세, 시내면세, 온라인면세 사업으로 구분되며 보통 시내와 온라인 면세를 합쳐 공항면세와 시내면세로 구분하기도 한다. 공항 면세는 높은 영업요율(공항에 내는 수수료)때문에 롯데, 신라 등 주요 사업자의 영업이익률이 -1% 내외 수준이다. (물론, 취급 상품 및 위치에 따라 수익률은 달라진다. 주류/담배의 경우에는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반면, 시내 면세는 관세청에 내는 수수료가 거의 없으며, 온라인 등 저비용 사업을 확대할 수 있기에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7% 내외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면세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시장으로 Buying 규모에 따라 수익률은 달라진다.)
3) 사업 운영의 상대적 낮은 난이도: 유통업 중에서 사업하기 가장 용이한 것이 면세 사업일 것이다. 초반 소위 말하는 S급 브랜드(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등)과의 협상이 어려울 수는 있으나 과거만 해도 면세점 사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S급 브랜드가 따라왔다. S급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고성장중인 시장에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사는 고급 시계 및 화장품 브랜드는 유치하기가 비교적 용이했다. 이 후는 결국 한정된 공간에서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홍보와 판촉 활동이 핵심이다. 유통 사업 중 ‘평당 효율’이라는 KPI가 가장 명확하게 작동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각 대기업들은 면세 사업권 획득을 위해 경영 컨설팅 회사를 고용했으며,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어 사업 계획서를 작성했다. 최종 발표에는 컨설팅사가 동반하지는 않았으나, 컨설팅 회사가 발표 script를 같이 쓰기도 했다.
관세청이 공정한 평가와 발표를 장담하기는 했으나, 한화 갤러리아 선정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사업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관세청의 발표와 달리, 면세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두산이 롯데 등 주요 사업자를 제끼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어, 일각에서는 두산 회장의 친정권적인 성향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향후 면세 사업의 변화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서울 시내 면세 사업권이 포화된 상황에서 그리고 5년마다 재갱신되며 투자 대비 ROI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S급 브랜드가 한화갤러리아 및 현대-신라 면세점에 입점할 것인가?
- 기존 롯데/SK 면세점에서 근무하던 기존 직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 과거 모든 중소 면세사업자가 도태되었던 사례에 비추어봤을 때, SM면세점 등 중소 면세 사업자가 영속할 수 있을 것인가?
-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거 상대적 고수익이었던 시내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2. 인터넷전문 은행 (Direct bank) 경쟁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인터넷전문 은행 1호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인터넷/모바일로만 영업할 수 있는 은행이며, 저비용 구조와 모바일 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 신규 은행 인가가 ’92년 평화은행(우리 은행에 인수) 설립 이후, 23년 만이라는 점도 경쟁이 뜨거운 배경이 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입찰 의사를 밝힌 곳은 카카오뱅크컨소시엄, 인터파크뱅크그랜드컨소시엄, KT컨소시엄, 500V컨소시엄 등 4곳이며, 각각 유통업체/IT업체/금융기관 등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종 입찰 심사 결과, 카카오가 주도하는 ‘한국카카오뱅크’와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각 사업체는 컨설팅사를 고용하여 예비 인가 신청서를 작성했다. 금감원에서 10월 1일 예비인가 신청서를 받으면서, 컨설턴트들은 추석 연휴도 대부분 반납하고 일해야 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 화두는 다음과 같다
- 두 컨소시엄 모두 금융 당국의 본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한 개 업체만 선정될 것인가?
- 원래의 목적이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얼마나 수익성 있게 빠른 속도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
- 무점포 거래를 위한 비대면 인증 기술의 상용화 및 빅데이터 활용 통한 신용 평가가 실질적으로 구현 가능할 것인가?
- 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BEP 달성 시점이 5~10년임을 감안 시, 국내 사업자들의 BEP 달성 가능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3. 구조조정
경기 악화 및 메르스 등으로 인한 내수 침체, 유가하락 및 엔저 등 외부 환경 악화로 2015년은 한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최근 3년 동안 영업이익이 이자를 상회하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좀비기업’을 선정한 바 있으며,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금감원이 기준을 보다 강화하여 최근 2년 동안으로 바꾸어 평가하자, 한계 기업의 수치가 전년 대비 급증했다. 시작은 중소기업부터이겠으나, 최근 상황이 악화되고 잇는 조선/철강/기계 산업의 대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현대상선 등 해운업은 이미 상시 구조조정 체계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며, 23살 직원의 구조조정으로 악명을 떨친 두산인프라코어도 그 예이다. 과거 고성장을 이룩해왔던 아웃도어 시장도 최근 성장률이 한자리수로 꺽이면서 대다수 중하위 업체들의 구조조정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컨설턴트로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주제 중 하나는 ‘구조조정’이다. 업무 자체는 비교적 명확하나, 의사결정의 복잡도가 높아 분석 및 커뮤니케이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컨설팅펌은 1) 각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 재무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진단하고, 2) 저성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회생 또는 Exit 전략을 수립한 후, 3)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4) 현업에서 실행할 수 있는 관리 체계 (KPI 및 실행 조직 설정 등)를 제안한다. 하지만, 명확한 업무 대비, ‘구조조정’이 어려운 이유는 의사결정 하나하나에 각 사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한 줄 때문에 사업 하나를 접기로 의사결정했을 경우, 그 사업에 속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조정되거나 없어지게 된다. 노트북 앞에 앉아 보고서를 쓰지만, 그 뒤에는 노동자의 눈물이 남을 수 있다. 아무리 냉정한 컨설턴트라도, ‘마이너스’ 의사결정은 힘들기 마련이다.
#4. 홈플러스 인수 경쟁
2015년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홈플러스’ 인수 건일 것이다. 7조가 넘는 거래 규모에 국내외 유명 PE들이 모두 뛰어들며, 컨설팅 업계에서는 때아닌 ‘할인점’ 전문가 찾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국내에서 이마트 다음으로 2위 할인점 사업자이며, 여기에 SSM 및 편의점과 온라인 사업들을 보유한 대규모 유통 사업자이다. 2014년 실적 기준, 연결기준으로 약 8조9,300억원의 매출과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정도로 덩치가 크다. 홈플러스가 올 해 매물로 나온 이유는 모회사인 영국의 테스코가 전례없는 실적 악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그나마 수익을 창출하는 태국 테스코를 매물로 내놓을 것이냐, 아니면 한국의 홈플러스를 내놓을 것이냐를 고민하다 결국 시장 성장률이 낮은 한국을 택했다. (예상 매각가는 태국 테스코와 한국 홈플러스가 7조원 안밖으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인수전에 뛰어든 PE는 MBK, 어피니티, 골드만삭스, KKR가 있었으나, 골드만삭스는 본입찰 직전에 포기했다. 결국, MBK가 국민연금과 손을 잡은 반면, KKR과 어피니티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입찰에 뛰어들었다. 최종 인수 대상자는 MBK로 결정되었으며, 인수 대금 7조2000억원은 국내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금액으로 기록됐다. 이 금액은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옛 LG카드 인수 가격(6조6700억원)을 8년만에 갱신한 것이다. 각 PE는 홈플러스의 전략적, 재무적 관점의 경쟁력을 검증하기 위해 컨설팅펌에게 Due dilligence를 아웃소싱했다. 컨설팅펌은 commercial DD 관점 시장 내 주요 사업자의 경쟁력에 기반하여 매출 및 수익성 등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했다.
향후 홈플러스의 향방에 관해 주의 깊게 살펴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이 확실한 할인점 시장을 홈플러스는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 최근 부각되고 있으나, 할인점 관점에서 적자 사업인 온라인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것인가?
- 성장이 그나마 안정적인 편의점 등의 사업을 어떻게 확대해나갈 것인가?
- 테스코와 결별하면서 기존에 수입해왔던 Tesco PB 및 자체 PB 운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