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드라마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 시대 유행한 드라마를 보면 동시대인의 욕망이나 결핍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에서 최근 압도적 시청률을 보여준 <한자와 나오키>와 <변두리 로켓>은 현시대 일본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한자와 나오키>는 2013년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일본 내 최고의 드라마이다. 이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변두리 로켓> 역시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2015년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됐다.
<한자와 나오키>가 ‘통쾌한 복수극’이라면, <변두리 로켓>은 ‘경쾌한 열정기’이다. <한자와 나오키>는 90년대 불황을 배경으로 금융권의 각종 비리를 파헤치며, 부정부패를 바로 잡는 주인공을 통해 그 당시 우울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한편, <변두리 로켓>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며 꿈과 열정을 잃어버린 현대 일본인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부추긴다.
두 개의 드라마가 묻고 있는 근본적 질문은 유사하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면, 이 두 개의 드라마는 현대인의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일’에 대해 “당신은 왜 일하는가?”를 엄중하게 때로는 경쾌하고 묻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해 <한자와 나오키>가 냉냉하고 통쾌한 복수를 통한 “정의 구현”이라 답했다면, <변두리 로켓>은 우직함과 성실함을 통한 “꿈과 열정”이라고 대답한다.

<변두리 로켓>의 주인공 ‘쓰쿠다 고헤이(아베 히로시)’는 우주에 자신이 만든 로켓을 쏘아올리는 꿈을 품고 사는 사내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과 열정을 쏟아부은 ‘세이렌’ 로켓이 발사 후 궤도 이탈로 실패하게 되자, 모든 책임을 지고 아버지가 일구어놓은 ‘쓰쿠다 제작소’로 돌아오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이 드라마는 ‘쓰쿠다 제작소’가 중소기업으로서 겪는 다양한 고난을 보여준다. 연구개발에 이익의 20% 이상을 투자하는 것에 못마땅한 주거래은행은 대출을 중단한다. 한편, ‘쓰쿠다 제작소’의 기술을 탐내는 대기업은 은밀하게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나아가 다른 초일류 대기업은 ‘쓰쿠다 제작소’의 특허를 팔라고 압박한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에 대해 주인공은 능청스럽게 “아저씨가 꿈을 꾸는게 뭐가 어때서?”라고 대답하며,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하게 고난에 대처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무시하고, 금융권이 제조업을 얕보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도 주인공은 이를 우직하게 대처하며, 그 무엇도 ‘꿈을 향한 열정’을 빼앗지 못함을 묘사한다.
이 드라마의 일본 내 성공은 ’20년 불황’에 신음하던 일본인들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왜 일하는가?”에 대해 “꿈과 열정”이라고 답한 주인공의 노력이 일과 삶에 지친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 비록 일본 드라마이기는 하나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 한 번쯤 자문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