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의 엑시트(지분 매각)는 예술에 더 가깝습니다.”

미시건 MBA 동문인 제프 월리엄스(MBA ’92)는 ‘성공적인 엑시트 전략’이라는 주제로 2010년 10월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두 번의 성공적인 벤처 엑시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경험은 기업 공개이다. 1997년 처음으로 창업한 제노믹 솔루션(Genomic Solution)이라는 회사를 2004년 나스닥에 기업공개(IPO)했다. 약 3,600억원 규모로 절대 작지 않은 규모이다. 의무 보유 기간 이후 투자자들이 현금을 회수할 때 4배에서 35배의 수익을 달성했다. 두 번째 엑시트 경험은 M&A다. 2004년 이후 윌리엄스가 CEO로 근무한 핸디랩(Handylab)이라는 회사를 2009년 2억 8천 3백만불(약 3천 2백억원)에 BD라는 회사에게 팔았다.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4배에서 8배를 기록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윌리엄스는 현재 어큐리(Accuri)라는 회사의 CEO로 재직 중이다.

“엑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제일 먼저 회사를 키워야 합니다. 회사를 스토리로만 팔 수는 없습니다.”

첫 번째로 윌리엄스가 강조한 것은 건실한 회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다.  건실한 회사를 만들려면 그 회사가 속한 산업 자체가 건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성이 있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년 매출 성장을 보여줘야 하고 건실한 현금 흐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미국 시장에서 천 억원 이상 가치를 원할 경우에는 적어도 시장이 1조원 이상 규모는 되어야 하고 매년 일정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작은 시장에서 리더가 되어봐야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익률을 통해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진입 장벽을 쌓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나아가 사무실과 공장 운영을 한 지역에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자가 욕심이 생기다 보면 다양한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싶어하지만, 엑시트 할 시점이 되었을 때 매수자 입장에서는 한 군데 공장과 사무실이 있는 것은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윌리엄스가 제일 중요하게 강조한 점은 ‘강한 팀 구성원’들이다. 결국은 사람들의 노하우가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회사 초기 단계에서 벤처 캐피탈의 투자를 받을 때 고민해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윌리엄스는 제일 먼저 경영자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엑시트 할 시점을 상정해놓고 그 때 필요한 현금 흐름을 기준으로 거기까지 성장시키기 위한 규모를 감안해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필요 자금에 대한 감이 어느 정도 섰다면 그 다음은 ‘벤처 캐피탈’이 회사에 투자를 해 줄만큼 매력인지지 판단해봐야 한다. 산업이 충분히 매력적인지? 투자 수익률은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 경영진들의 경험은 충분한지? 창업자가 나중에 경영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을 벤처 캐피탈리스트를 만나기 전에 경영자 본인 스스로가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면 최소 1년에 두 번 이상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회사 사정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

회사를 건실하게 키웠다면 이제는 엑시트에 대한 고민이다. 윌리엄은 자신의 경험상 기업공개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물론 더 많은 현금과 브랜드 제고의 기회를 가져다 주지만, 기업공개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정작 회사 경영은 크게 신경 쓰지 못할 수도 있다. 기업 공개 후에는 지분 의무 보유 기간도 있어 쉽게 엑시트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기업공개를 그리 선호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다.

윌리엄스는 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면, 오히려 전략적 인수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고 주장했다. 단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벤처 회사들은 연간 매출액에 5배 내외로 팔린다. 하지만 아주 높은 가격이래야 약 2,000억원 규모이다. 그 이상은 시장에서 보통 거래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회사를 팔고자 할 때, 경영자들은 회사에 대한 애착심으로 객관적 시각보다 더 높은 가치를 두고는 한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보통 처음에 받은 가격이 제일 높을 때가 많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지인의 얘기를 공유해주었다. 윌리엄스의 한 지인은 약 2억불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1.1억불 제안을 거절했다. 어떻게 됐냐고? 2년 뒤에 2천 2백만불에 팔렸다고 한다.

미국의 벤처 시장은 우리 나라보다 수 십 년 앞서 있다. 따라서 그가 했던 말 중에 우리와 일부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그는 “벤처는 결국 파는 것이 최선입니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벤처의 엑시트는 보통 기업공개가 약 75%, 인수합병이 25% 내외이다. 반면 미국은 기업공개가 25%로 작은 데 비해 인수합병이 75% 수준이다. 그 만큼 인수합병 시장이 자유롭다. 이런 까닭에 그는 기업 공개보다 인수합병을 더 강조했다. 그리고 인수합병은 단기간에 현금을 취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회사를 팔고 다른 벤처를 금방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공개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키워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벤처 회사 운영과 중견 기업 운영의 노하우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벤처를 키웠다 하더라도 기업 공개 이후 회사 운영을 잘 할 수 있을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이런 까닭에 윌리엄스는 파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주장은 “투자 은행은 반드시 고용해서 써야 합니다. 물론 비용이 비싸겠지만…”이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은행보다는 회계 법인의 재무자문 서비스(Financial Advisory Service)가 더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을 하자고 제안하면 ‘내가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남한테 파나?’라는 인식이 더 강한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시각 차이가 한국이 기업공개를 더 선호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인수합병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듯 하다.

강의를 마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건실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손익계산서 상의 수익 또는 현금으로 나타난다. 비즈니스 모델도 의미 있고, 경영진의 훌륭한 경험도 좋겠지만 결과야말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윌리엄스는 “전략보다는 실행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