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있는 삶, 목적이 있는 비즈니스

“삶에 영감을 준 것은 무엇입니까?”

호울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의 공동 CEO인 월터 롭(Walter Robb)은 2011년 2월 미시간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 질문은 스탠포드 학부 재학 시절 그 자신이 품고 있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가 학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4학년 때 들은 한 종교 수업이었다. 칸트, 니체와 도스트예프스키를 읽으며 한 학기를 보냈다. 하지만 교수는 기말고사에서 단 한 문제만을 출제했다.

“삶에 영감을 준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만든 다양한 작가, 사상가, 시인들이었다. 그는 강연 중 감명 받았던 이들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젊은 시절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이는 슈바이처였다.

“어른들은 지금 심장과 가슴이 뛰게 하는 것들이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언젠가는 청년들에게 말해야 할 슬픈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깊이를 깨달은 이들의 충고는 다르다. 그들은 청년들에게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생애에 걸쳐 찾으라고 조언한다. 젊은 시절의 이상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를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지구상 다른 무엇과도 교환하지 않을 만한 가치 있는 것들과 조우한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The Teaching of Reverence for Life 중

“선의 궁극은 삶을 보전하고 고취시키며 그것의 궁극적 목적 성취를 위해 도와주는 것이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한편, 유기농 농업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로버트 로데일(Robert Rodale)과 시민 운동을 활발하게 펼친 프랜시스 무어 라페(Francis Moore Lappe) 역시 그의 삶에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농작은 땅을 파고, 심고, 잡초를 제거하고 수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농작을 통해 인생도 함께 풍요롭게 재배한다.”
– 로버트 로데일

“내 인생의 중요한 목표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에 역부족인 힘을 찾고 도와주는 것에 있다.”
– 프랜시스 무어 라페

대학 졸업 이후에도 월터는 이 질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정표와 같다고 전했다. 그리고 ‘건강한 식품’을 파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하자 그는 10,000불을 빌려 캘리포니아 한 자동차 차고를 개조해 마운틴 마켓플레이스(Mountain Marketplace)라는 유기농 식품 가게를 창업했다. 10년 동안 다양한 비즈니스 현안들을 해결하며 경험을 쌓았다.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법도 배웠다. 그 이후 베이 에어리어 (Bay Area) 근처의 버클리 리빙 푸드 스토어(Berkeley Living Foods Store)로 자리를 옮겨 3개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 자리까지 올라간다. 1989년에는 지역의 유기농 쌀 판매까지 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 말 그대로 공급사와 판매처 역할을 모두 경험했다.

호울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과의 인연은 그때 시작되었다. 1989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호울 푸드 마켓 비즈니스 확장을 맡은 월터는 2개 매장을 17개 매장까지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2000년 운영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2001년에는 운영 총괄 임원에서 2010년 공동 CEO로까지 올라갔다.

유기농 식품이 현재로서는 순탄해 보이지만, 월터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때만 하더라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일반 음식 대신 가격이 비싼 유기농 식품을 사 먹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유기농으로 수확되었다는 인증 표준을 마련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것도 현재와 같이 까다로운 기준이 아니라 기껏해야 농약이나 방부제를 쓰지 않았다는 정도의 인증이었다.

하지만 더 큰 시련은 “지역 농산물, Local food” 선호 트렌드였다. 비싼 돈을 주고 유기농 식품을 사느니 차라리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는 것이 훨씬 더 자연 친화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물류 거리가 줄어들어 배송에 들어가는 자동차, 배 등의 화석 원료 사용량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미국 전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호울푸드와 같은 사업자에게는 불리한 일이다.

하지만 월터를 비롯한 호울 푸드 마켓은 영리했다. 호울 푸드 마켓은 ‘의미’와 ‘상생’을 추구하면서 30% 이상의 식품은 해당 지역 농작물을 이용하고 있다. 약 천만 불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용해 지역 농민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이크로 크레딧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해산물에 대한 투명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으며, 육류에 대한 기준 역시 마련하고 있다. 월터는 이러한 전략들이 단순히 ‘자선’이나 ‘기부’가 아님을 강조한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강한 신뢰감을 심어준 것이 호울 푸드 마켓의 성공 전략이다. 호울 푸드 마켓은 이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310개 이상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호울 푸드 마켓은 ‘목적 의식’이 뚜렷한 기업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일념으로 농산물을 구입하고, 소비자들을 대하며, 직원들을 대체 가능한 노동자가 아닌 회사와 함께 하는 파트너로 대한다. 앤아버에 생활하면서 직접 경험한 호울 푸드 마켓의 매장의 기억은 매우 독특하다. 호울 푸드 마켓 매장의 점원들은 이름을 기억해주고 재방문 시 반갑게 또 왔냐고 맞아줄 정도로 손님들에게 따뜻하다. 이 모든 것이 농부, 직원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상생을 추구하는 호울 푸드 마켓의 ‘목적 의식’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월터는 강연 내내 ‘목적 의식’을 강조했다. “이 일을 왜 하나요? 왜 이 회사가 존재해야 할까요? 거기서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할 것인가요?” 그는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직에서 ‘의미’가 중요하듯, 개개인의 삶에서도 이 ‘의미’는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월터는 이제 ‘파괴’가 아닌 ‘치유’가 필요하며, 이를 ‘생명’에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는 비단 월터 뿐만이 아니다. 마이클 포터, 자본주의 4.0을 저술한 아나톨 칼레츠키,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장한 빌 게이츠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잠시 멈춰 서서 서로 상처 주는 대신 서로를 보듬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미국 오바마 대통령 (아리조나 주립대 연설문 중, 2011년 1월)

 이제 기업들도 서서히 ‘세계 시민’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기업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용하고 교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코카콜라 CEO 무타 켄트(Muhtar Kent) 역시 ‘황금 삼각형, Golden Triangle’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기업과 정부 그리고 시민 단체의 효과적 협력 관계에 대해 강종했다. 월터는 위 사례들과 함께 양심적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의 일환으로 ‘상생’과 ‘생명’을 강조했다. 자유 시장 원칙을 준수하되,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와 ‘이해관계자와의 조화’, 그리고 ‘양심적인 문화와 리더십’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생명 자본주의’를 주창한 이어령 교수와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미래에 적합한 회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은 인간 생명체에 적합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기회는 여기서 창출될 것이다.”
– 게리 하멜 (경영의 미래, The Future of Management, 2008)

신자유주의가 흔들리면서 자본주의의 첨병을 키우는 비즈니스 스쿨에 대한 대중의 신뢰 역시 약해져 갔다. 월터는 비즈니스 스쿨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추어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주문했다. 최근 하버드 MBA에서 커리큘럼을 변화시키고, 와튼 스쿨 역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윤리’와 ‘상생’은 이제 MBA가 미래 리더들에게 가르쳐야 할 핵심 덕목으로 강조되고 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재능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조화시키면서, 정말로 중요한 ‘목적 의식’을 가지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돈을 버는 것은 여러분 열정의 부산물이 되어야 합니다. 그 자체가 열정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