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 전사의 여정
아프리카 동부 초원 지대. 케냐와 탄자니아를 걸쳐 사는 마사이 전사들은 사자 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마사이족 소년들은 전사가 되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 9살 무렵에는 건기가 오면 3개월에서 5개월 동안 초원에서 소를 혼자 지키며 방목한다. 12살 무렵이 되어 성인식을 마친 후에는 동년배들의 예비 전사들과 함께 고된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여행을 떠난다. 3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 있는 여행은 자아를 찾는 여행이다.
고통을 인내해야 하며, 사냥을 통해 그들의 창의성을 증명해야 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한다. 사자를 사냥하는 것이 최선의 용맹이며, 다른 전사들 앞에서 서서 자신의 창을 먼저 던지며 용맹함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이 사자를 죽이기 위함만은 아니다. 세상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며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전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이 험난한 과정이 끝나야 마을로 돌아와 비로소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그것이 마사이족 전사의 숙명이다. 이런 까닭에 유럽인들이 쳐들어와도 그들이 노예로 팔려나가는 일은 없었다. 용맹함으로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사이족의 삶도 바뀌어가고 있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자동차, 핸드폰을 가진 부족원들도 생겨났다. 소년들은 마사이 전사가 되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 보다 현대 교육 체제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사자 개체수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케냐 정부는 1988년 사자 사냥을 엄격히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사이족이 자신의 용맹함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도시화 물결 속에서도 자신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족들이 있다. 이들 부족의 소년들은 여전히 전사의 삶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마사이 전사, 앙트러프르너
자신의 숙명을 마사이족의 전사에 비유하는 이가 있다. 바로 구루폰(Groupon)의 공동 창업자 브래드 키웰(Brad Keywell)이다. 그는 2011년 9월 미시간 경영대학원에서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그의 철학을 이야기 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리더가 되는 길을 수많은 시련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이 과정에는 큰 위험이 따르고 어쩔 수 없는 실패가 뒤따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극복하고 인내하는 것이지요. 저에게 앙트러프러너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과 실패를 직시하되,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007년 키웰은 동업자 에릭 레프코프스키(Eric Lefkofsky)와 함께 ‘더 포인트(The Point)’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유행하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의 개념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더 포인트’ 웹사이트에 누군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일정 수 이상의 동조자를 모으면 그 힘을 이용해 협상에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다음’에서 제공하는 청원 서비스와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더 포인트’에서 얘기될 수 있는 안건은 기부금 모집, 잡지 판매, 또는 특정 지역 레스토랑과의 협상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맥도날에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감자를 쓰도록 요구하겠다’고 명시하고 ‘2,000명이 필요하다’고 게시한다. 만약 2,000명을 모으면 이를 바탕으로 해당 맥도날드 지점과 협상을 하는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매출은 ‘영’이었다. 말 그대로 실패였다.
하지만 키웰은 여기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플랜을 재정비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2008년 창업한 구루폰(Groupon)이다. 그룹(Group)과 쿠폰(Coupon) 단어를 결합해 이름 지은 구루폰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할인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구루폰은 ‘더 포인트’ 개념을 그대로 활용해 집단 할인 개념을 적용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할수록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할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수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할인 기회는 사라진다. 따라서 공급사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가 줄어들 위험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루폰은 성공적이었다. 성장을 거듭해 37명이었던 종업원 수는 2012년 현재 3,600명으로 증가했고 152,000명이었던 구독자는 전 세계 1억명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런 까닭에, 포브스(Forbes)는 2010년 8월 구루폰을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 칭하기도 했다.
성공의 길은 도전과 실패의 길
키웰은 성공의 의미를 실패에서 찾았다.
“인생에서 가장 확실하게 맞닥뜨리는 것이 있다면, 바로 실패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실패를 터부시합니다. 학교에서는 회계니 마케팅이니 하는 수업들을 듣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실패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쓸까요? 제로입니다.”
현재 학교, 사회나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성공하라고 이야기하나 실패는 피하라고 가르친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순간 성공은 어려워진다. 실패를 피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위험을 끌어안는 것보다 위험을 피하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위대한 것은 우리의 조상들이 엄청난 위험을 끌어안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위험을 끌어안으며 그들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위험을 피하는 것이 길이라고 가르치고 아이들이 실패를 극복하지 못할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위험과 실패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경험해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웰이 실패를 강조한 이면에는 그의 삶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키웰은 법학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줄곧 도전의 길을 걸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줄곧 실패의 길을 걸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키웰은 미시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법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의 평생 사업 파트너 에릭 레프코프스키를 만난 것도 미시간 대학 시절이었다. 둘 다 사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따라서 레프코프스키는 대학 재학 시절 동료들에게 카펫을 팔았고, 키웰은 미시간 로고를 예쁘게 디자인한 포스터를 팔았다. 이런 그들이 동시에 법학 대학원을 진학한 것이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법을 공부해야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까닭에 키웰은 “법학 대학원이야말로 사업을 위한 논리적 사고를 개발하는 데 좋은 장소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1993년 법학 대학원을 졸업한 이 후, 그들의 인생은 도전과 창업의 연속이었다. 위스콘신 근처의 옷 가게에서 시작해서, 1999년 온라인 물류 관리 기술을 제공하는 스타벨리를 함께 창업했다. 2000년 다른 회사에게 양도하고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2005년 물류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에코 글로벌 로지스틱스를 창업했다. 이 사업은 궤도에 올라 2009년 나스닥에 상장되기도 했다. 2006년에는 광고 매체를 관리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미디어뱅크를 창업했다. 드디어 2007년 키웰과 레프코프스키는 앤드류 메이슨(Andrew Mason)과 함께 ‘더 포인트’를 창업했다. 그리고 이 노력은 구루폰까지 이어졌다. 구루폰의 성공 이후에는 그들의 경험을 예비 앙트러프러너와 공유하기 위해 ‘라이트뱅크(Lightbank)’라는 벤처 캐피탈도 만들었다. 물론 키웰과 레프코프스키는 여기서도 함께였다.
키웰은 “만약 당신이 잘못 될 경우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결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영국의 교육자 켄 로비슨 경(Sir Ken Robinson)의 말을 인용하며 실패를 결과로 여기지 말고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도전의 최적기는 바로 지금
경기가 불황이 되면서 사람들은 창업하기 위해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흔히 얘기한다. 하지만 키웰의 시각은 다르다.
“Forbes 500 회사 중에 얼마나 많은 회사가 불황기에 창업되었을까요? 생각보다 많습니다. 거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IBM, Apple 역시 불황기에 설립되었습니다. 사실 경제 상황은 창업과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불황일 때 훌륭한 회사들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또한,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서 창업가들의 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IBM, GE, 3개의 자동차 회사들, 컨설팅 회사, 회계 법인, 정유회사… 이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을까요? 우리 나라를 구하는 데 이 회사들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요? 지난 25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는 이런 회사들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5인 이하의 회사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냈죠. 저는 건설, 중공업 같은 회사들이 우리 나라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새로운 혁신이고 창업가들의 열정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앙트러프러너 여러분을 필요로 합니다.”
나아가 지금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창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자본 시장은 보다 효율적이고, 데이터와 정보는 보다 더 싸게 심지어는 공짜로 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들에 접근이 가능해졌고,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없던 기회들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바로 이 순간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시각의 전환: ‘이기고 지는 게임’에서 ‘이기고 배우는 게임’으로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 동안 키웰은 수 없이 시각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 중 하나가 ‘이기고 지는 게임’에 관한 것이다. 효율성에 익숙한 우리들은 이기거나 지는 것 둘 중 하나로 인생을 바라본다. 하지만 키웰은 이런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고 지는 게임(Win or Lose Game)’이 아니라 ‘이기고 배우는 게임(Win or Learn Game)’이라는 것이다.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대신 ‘실패하면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실패하면 얼마나 짜릿할까?’를 고민해 보라는 얘기이다.
“성공하면 물론 대단합니다. 하지만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더 큰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많은 앙트러프러너가 비즈니스 플랜을 쓰면서 장미빛을 그립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실패를 피할까 고민하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신에게 이 아이디어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반문해야 합니다. 이것이 최악을 면하게 해줍니다. 아이디어를 적으세요. 그리고 이리저리 뒤집어 보세요. 정말 의미 있는 아이디어만 이 과정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나중에 실패를 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집니다.”
그런데 그는 왜 창업을 계속하며, 이것을 자신의 숙명이라 여길까? 그는 말을 이어가며 강의를 끝마쳤다.
“제가 아는 한 예술가는 만드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에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제 숙명이기에 제 숙명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절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