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속의 역전극
2011년 9월 10일, 미시간 대학 풋볼팀은 시종일관 노트르담 대학팀에게 뒤쳐지고 있었다. 미시간 대학과 노트르담 대학은 수 년 동안 라이벌 관계로 양팀에 대한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미시간 대학은 경기 내내 열세였고, 최종 경기 종료 30초 전 점수는 31:28로 다들 노트르담 대학의 승리를 예측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종료 2초전, 미시간 대학이 극적으로 터치다운을 성공하면서 노트르담 대학을 따돌리고 역전승을 기록했다.
미시간 대학 경기장은 승리를 기뻐하는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미시간 대학팀의 상징인 노란색 수건을 흔들며 경기장을 노란 물결로 물들였다. 미시간 대학팀의 승리 뒤에는 수 많은 이들의 땀과 열정이 숨어 있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미시간 대학 체육부 총감독 데이빗 브랜든(David Brandon, Linkedin)이다.
브랜든 총감독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미시간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던 시절 풋볼 선수로 활약했다. 2학년에는 예비선수, 3학년과 4학년 때에는 미 중서부 11개 대학을 중심으로 한 ‘빅 텐 챔피언십(Big Ten Championship)’ 경기에 쿼터백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선수로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브랜든 총감독은 1974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P&G에 취업했고, 그 이후에는 미시간 지역의 소규모 마케팅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의 성과는 남달랐다. 소규모 마케팅 회사에서 20년간 일하면서 75명 정도 규모의 회사를 1,300여명의 종업원 규모로 키웠기 때문이다. 자산가치는 무려 1조 달러 정도로 성장되었고, 기업 공개도 성공적이었다.
이 경험으로 브랜든 총감독은 1999년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도미노 피자(Domino Pizza)의 회장이자 CEO로 취임했다. 2009년까지 약 10여년을 재직하는 동안, 도미노 피자는 전 세계 65개국에 약 9,000개의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공한 경영가로 이름을 떨치던 브랜든 총감독이 2010년 3월 갑자기 미시간 대학 체육부로 옮긴다고 하자 다들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브랜든 총감독은 2011년 10월 있었던 미시간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체육부 총감독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영광이라며 겸손을 표시했다.
“50대가 되어 모든 커리어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은 분명 저한테 행운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질문은 하나였죠. 앞으로 몇 년 동안 일을 더 하게 될 텐데, 어떻게 해야 긍정적으로 삶의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미시간 대학은 저한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빅 텐 챔피언십에 참여할 수 있는 추억도 주었죠. 저한테 P&G라는 첫 번째 직업도 주었고, 이것이 연결되어 다른 회사, 그리고 도미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 장소는 제 쌍둥이 자식들의 목숨을 살려주었고, 9년전 암에 걸렸을 때 저를 치료해 주기도 했습니다. 저한테 많은 것을 베풀었죠. 따라서 제 커리어의 모든 것이 시작된 그 곳으로 돌아가 일을 한다는 것보다 더 좋은 생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가졌던 기회를 지금의 미시간 대학 체육부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나눠 주고 싶습니다.”
풋볼을 마케팅하다.
마케팅에 강한 소비재 회사의 CEO가 체육부 총괄 감독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 경기가 바로 2011년 9월에 열렸던 노트르담 대학과의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는 미시간 대학팀의 극적인 승리만큼이나 마케팅에도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새로 부임하자마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관행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면서 정말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라며 브랜든 총감독은 변화에 대한 열망을 설명했다.
브랜든 총감독이 부임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케팅을 총괄할 전문가를 뽑는 것이었다. 당시 3명의 마케팅 인원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보다는 단순한 예산 처리 및 홍보 활동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브랜든 총감독은 전국을 뒤져 마케팅 총괄 임원 후보를 물색했다. 그 결과, 3명이었던 마케팅 팀은 12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소셜 마케팅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했다. 인쇄물에만 의존했던 고전적인 홍보 활동은 이제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문자 메시지로 옮겨와 20대와 30대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또 하나의 변화는 경기 시간이었다. 미시간 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앤아버에서 열린 경기는 모두 주간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브랜든 총감독은 기존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게 해서 노트르담 대학과의 경기는 앤아버에서 최초로 야간에 열리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서로 라이벌이었던 미시간 대학과 노트르담 대학의 경기에서 브랜든 총감독은 무언가를 더 보여주고 싶었다. 바로 관객들의 ‘추억’이었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예전 미시간 대학 풋볼팀의 유니폼이었다. 큰 기대하지 않고 만들었던 9,000장의 예전 유니폼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순식간에 매진 되었고, 2차 주문이 온라인으로 쏟아졌다. 예전 유니폼은 노트르담 대학과의 수 많은 라이벌 경기를 고객에게 회상시켰다. 이는 노트르담 대학과의 경기를 더욱 열기 있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변화는 경기장의 전광판이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광판은 팀과 점수만 표시되는 단순한 기능만 제공했다. 하지만 브랜든 총감독은 과감하게 20만불을 투자해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을 만큼의 최첨단 전광판 두 개를 설치했다. 이 전광판은 게임 자체를 흥미롭게 도와주는 역할도 했지만, 미시간 대학 체육부 입장에서 홍보 수단이 되기도 했다. 골프, 하키, 배구 등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을 홍보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앤아버 최초로 야간에 열린 이 경기에 입장한 관객수는 무려 114,804명이었다. 앤아버 인구가 약 15만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ESPN은 당일 경기를 TV로 지켜본 시청자수가 미국 대학 풋볼 게임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브랜든 총감독의 새로운 시도를 격찬했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민간 기업과 비영리 단체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지 않을까? 이에 대해 브랜든 총감독은 오히려 유사한 것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민간 회사 경영이나 체육부 경영이나 사실 본질은 유사합니다. 팀을 만들고 문화를 조성해나가며, 손익을 책임져야 합니다. 매출을 증대시켜야 하는 한편 비용은 통제해야 하지요. 자본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상 수익률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하고요. 브랜드를 강화시켜야 하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 모아야 하죠.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기업에서 전략을 수립하던 방식이 비영리 단체라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특히 그는 변화에 있어서 ‘단순함’을 강조했다. 중요한 내용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 직원들이 기억하기 쉽게 해야 한다는 것이 브랜든 총감독의 철학이었다.
“제가 민간 기업에서 일할 때 원칙은 ‘한 장’으로 전략 계획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조직원들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명, 원칙이나 전략적 과제들은 매일 참고해야 하는 중요한 문서입니다. 하지만 50장에서 100장 정도로 전략 계획을 만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죠. 그래서 저희는 한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무실을 걸어가다가 그냥 아무 직원한테 5불이나 10불을 꺼내놓고 사명을 기억하는지 물어봅니다. 만약 정확하게 기억한다면 그 돈은 직원이 가져가고, 못 외우면 다른 직원들한테 야유를 받겠죠.”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브랜든 총감독은 자신을 변화 촉진자(Change Agent)로 설명했다.
“저는 항상 투자자나 소유주로부터 변화를 강요 받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물론 전통은 강점입니다. 하지만 때로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근시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직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이 직원들에게 다른 학교 팀으로 옮기라고 정중하게 요청합니다. 저는 변화를 위한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을 수용하는 것과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Kellie Woodhouse, Throwback jerseys, first-ever night game part of strategy to market University of Michigan athletics, AnnArbor.com (201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