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에미넘이 탄 차가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화면에 비쳐진다. 자동차 도시로서 과거 찬란했던 디트로이트는 이제 경제적으로 쇠락한 도시이다. 하지만 과거 노동자들의 땀과 피는 디트로이트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철강을 녹이며 쇠를 만들던 노동자들의 땀은 미국의 자부심이었다. 벽화 그림으로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의 <디트로이트 산업>은 과거 찬란했던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의 영광을 되살린다. 영상은 바람의 도시(시카고)도, 죄의 도시(라스베가스), 에머랄드 도시(시애틀)도 아니지만 자동차 도시로서 디트로이가 재탄생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영상은 디트로이트를 쇠락한 도시에서 럭셔리 자동차를 만드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마무리 된다.

<2011 Chrysler Super Bowl Commercial>

이 광고 영상은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새로운 럭셔리 모델(Chrylser200)을 홍보하기 위해 2011년 2월 슈퍼볼 경기 때 방영됐다. 불과 2분 남짓 방영됐을 뿐이다. 하지만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미국인들에게 미국 자동차의 자존심을 지켜주며, ‘애국심’에 불을 지폈다. 광고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미국인들이 신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슈퍼볼 광고 이후, Chrysler200의 3월 미국 판매량은 무려 31%나 증가했다. 2009년 파산 신청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크라이슬러 자동차 부활의 배경에는 2009년 CEO로 부임한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2012년 1월 미시간 경영 대학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부활했다고.

<Chrysler와 Fiat 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Sergio Marchionne>

세르지오가 크라이슬러의 CEO를 맡게 된 이유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FIAT)를 회생시켰던 그의 이력 때문이다. 2004년 당시 피아트는 누적 적자가 120억달러에 달했다. 이탈리아 시장 점유율도 1990년대 초 50%대에서 28%까지 추락했다. 새로 CEO로 부임한 세르지오는 경직된 기업문화 개선에 앞장섰다. 특히 과거 임원들이 직접 대화하지 않고 비서들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 관료문화에 경악했다. 외부에서 젊은 임원과 중간 관리층을 영입했으며, 개방적이고 수평적이며 책임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갔다. 그 결과, 2006년 피아트는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8년에는 109년 피아트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큰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9년 크라이슬러가 위험에 처하자 세르지오가 또 한번 회생의 주역으로 나섰다. 당시 피아트 CEO였던 세르지오가 크라이슬러 CEO로 부임하며 그 역할을 자처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크라이슬러 본사 꼭대기층에 있던 CEO집무실을 연구실 바로 옆 4층으로 옮기며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해나갔다. 그 결과, 포드, GM과 함께 3대 자동차 회사로 불렸던 크라이슬러는 다시 한번 미국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이에 타임(Time)지는 세르지오를 2011년 ‘세계 영향력 100인’ 중 한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크라이슬러 회생의 주역이 리더쉽에 관해 무슨 말을 전할까? ‘미래를 위한 리더쉽’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 학생들은 강당을 가득 매우며 그를 환호했다. 그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리더쉽에 대한 교훈은 간단하지만 명료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사람을 중요시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라

세르지오는 본인의 가장 큰 자산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14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대학 전공으로 철학을 택한 그는 인문학적 교양을 쌓으며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실제 강연에서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철학자와 정치인들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학부 졸업 후에는 경영 대학원과 로스쿨에서 회계와 법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이 후 회계 법인과 화학 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경험을 축적해갔다. 지리적으로도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글로벌 경험을 쌓아 나갔다.

철학, 재무, 법학 등 다양한 전공에 대해 그는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결국 CEO로서 제일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와 경험은 ‘유연한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 한 분야에 오래 있다보면 그 분야의 특수성에 매몰되기 쉽상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높은 위치에 갈수록 제일 중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개방적인 사고’이다. 세르지오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특수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은 보편적인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더 많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쳐주었다.

그런데 왜 그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했던 것일까? 왜 끊임없이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놓는 것일까? 그가 강연 마지막에 인용했던 한 문구에서 그의 원동력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공자가 말하기를, 많은 사람이 자기보다 높은 곳에서, 혹은 낮은 곳에서 복을 구한다. 그러나 복은 사람과 같은 높이에 있다,’고 했지. 맞는 말씀일세. 당연히 모든 사람에겐 각자의 키에 맞는 행복이 있다는 뜻이지. 내 사랑하는 제자, 나의 스승이여. 요즘 내 행복도 그렇다나. 나는 내 키 높이를 열심히 재고 있어. 자네도 아는 것처럼 사람의 키 높이란 게 늘 같지 않으니 말일세.”
– 그리스인 조르바 (Zorba the Greek) 중

사람에 투자하라

크라이슬러를 회복시킨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세르지오는 주위에 있는 ‘훌륭한 임원’ 덕분이었다며, 주위 사람들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은 본인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옆에 두며, 그들을 자극한 것 밖에 없다며 겸손의 말을 이어갔다. 그는 임원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던져주되 의사결정 권한을 넘겨주어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대신 CEO로서 세르지오는 조직을 보다 수평적으로 만들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데 앞장섰다.

“저는 크라이슬러에서 26개 조직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습니다. 분명 많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조직을 보다 수평적으로 만들고 빠르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란 무엇일까? 그는 “리더쉽은 책에서나 보는 이론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회사는 직원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한다. 그것은 “정직, 투명성, 경쟁 포용, 빠른 의사결정”과 같은 회사의 기본적 원칙이다. 이 원칙들을 바탕으로 크라이슬러의 리더들은 2가지 축으로 평가된다. 바로 ‘소통의 리더쉽, Leading People’과 ‘변화의 리더쉽, Leading Change’이다. ‘소통의 리더쉽’은 얼마나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비전을 공유하며, 열정을 가지고 사람들을 이끌어가느냐로 평가된다. 반면 ‘변화의 리더쉽’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평가된다.

일부 회사들은 ‘성과’로만 인사 고과를 평가하나, 크라이슬러는 ‘성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리더쉽’이 떨어지면 훌륭한 리더로 보지 않는다. 성과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리더쉽이 훌륭하면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 크라이슬러의 철학이었다. 세르지오가 만들고자 했던 문화는 ‘인간 존중’ 사상에 그 토대를 둔 듯 하다.

“문화란 조직의 모든 것들을 견고하게 연결시켜주는 기본 토대입니다. 문화를 기업의 한 구성요소로만 간주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화는 성공적인 기업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나를 포함한 우리 리더들은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마라

세르지오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는 ‘속도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웃사이더’로서 어떤 자세로 크라이슬러를 바꿔가고 있냐고 묻자, “변화를 위해선 겸손(humility)과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답했을 정도이다.

“모든 임직원들이 저와 아무 때나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저에게 연락을 하면 저는 몇 분 또는 몇 초 내에 의사결정을 합니다. 물론 저는 여행을 많이 합니다. 한달에 2~3차레 이탈리아와 미국을 왔다갔다 하며,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에 보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업무 용도에 따라 구분된 6개의 블랙베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은 저에게 언제든 연락할 수 있죠.”

사실 대부분의 CEO들은 하루나 이틀 후에나 이메일에 답변한다. 하지만 세르지오는 거의 실시간으로 답변한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기업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크라이슬러가 단기간에 19개의 신차종을 출시한 것도 그의 빠른 의사결정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세르지오는 주간 70시간 이상을 일한다. 아마도 세르지오는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CEO 중 한명일 것이다.

그는 또한 크라이슬러의 복잡한 계층 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재탄생시켰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저항하는 임직원은 가차 없이 해고 했다. 대신 낮은 직급이라도 변화 의지를 보이는 직원들을 과감하게 승진시켰다.

“크라이슬러의 성과 뒤에는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경영진이 있습니다. 뛰어난 사람들을 옆에 두면서 제가 한 일은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들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장려했습니다.”

크라이슬러 뛰어난 경영진 중 한명은 바바라 필라스키(Barbara Pilarski, 미시간 MBA ’88)이다. 그녀는 2009년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명예 퇴직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경영진과 함께 남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저에게 조기 퇴직금을 지불하며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크라이슬러의 수평적인 조직은 제가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제 책임이 늘어났고, 제가 결정할 수도 있었죠. 이건 분명 다른 조직에서 얻기 힘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공동체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라

세르지오가 마지막으로 했던 충고는 조금 색다른 것이지만 의미있는 것이었다. 그는 타임(Time)지가 2011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시위대’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비지니스 리더로서 공동체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됩니다.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로서 우리는 사무실의 벽 바깥을 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는 비지니스 리더로서 보다 낳은 미래를 만들 도덕적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화제였던 ‘월스트리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를 가르키며, 비지니스 리더로서 계속 커져가는 빈부 격차와 일부 기업인들의 탐욕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경영진으로 있으면서 믿기 힘든 탐욕들을 봐 왔습니다.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과거 10년 동안 어리석은 탐욕이 커져가는 것을 봤습니다. 이제 멈춰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만약 이 탐욕이 계속 된다면 시위는 지속될 것이며, 계속 커져갈 것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든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에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국과 유럽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 부재’에 있다며, 학생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슈바이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우리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하나는 안다. 앞으로 진정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사람들은 남에게 봉사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찾는 사람들이다.” – 알버트 슈바이처(1875~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