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리더입니까?
리더와 리더십이라는 용어만큼 현대 경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용어도 없지만, 그렇다고 정의를 명확하게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까닭에 ‘당신은 리더입니까?’라고 누군가가 물었을 때,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리더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리더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상 우리는 직위가 높은 사람을 리더라고 칭한다. 팀장은 사원에게 리더이며, 사장은 팀장에게 리더가 된다. 장관과 대통령 역시 국민에게 리더이다. 높은 직위와 리더를 동일시하면서, 리더란 ‘아래 사람에게 명령하는 사람’과 동일시 되는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MBA나 외국계 회사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면, 이들이 원하는 리더는 ‘직위’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무슨 일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에 더 중점을 둔다. 하지만 그렇다고 리더 또는 리더십에 대한 명확한 상이 잡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는 리더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전에, 리더에 대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5가지 오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어떤 사람이 리더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변 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리더가 아닌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 1. 리더는 직위로 결정된다.
리더(Leader)란 말 자체를 풀어 보면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높은 직위에 있는 이가 리더라는 것은 엄밀히 말해 맞는 얘기이다. 회사에서 사장, 군대에서 장군 그리고 한 나라에서 대통령은 분명 리더다. 높은 직위로 갈수록 이끄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위를 가진 자는 리더다’라는 명제는 참이다.
하지만 직위가 높은 리더들이 훌륭한 리더이냐 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이다. 따라서 훌륭한 리더가 직위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27명의 왕들을 리더라고 부르는 데는 이의가 없겠지만, 연산군, 인조, 선조와 같은 왕들을 성군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 주위에도 비록 직위는 부장, 임원, 사장 등에 있지만 무능한 리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위 외에 어떤 리더를 훌륭한 리더로 봐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짐 콜린스(Jim Collins)는 ‘5단계 리더십’을 설명하고 있다.
- 1단계: 역량, 기술, 지식을 갖춘 능력 있는 개인
- 2단계: 협업을 통해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팀원
- 3단계: 사람과 자원 관리를 통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유능한 관리자
- 4단계: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원들을 자극시키는 유능한 리더
- 5단계: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겸비한 훌륭한 리더
짐 콜린스는 1단계부터 3단계까지를 리더라고 보기 보다는 필요한 역량을 갖추어야 할 조직원으로 간주했다. 리더가 되기 위한 여정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그가 생각하는 리더란 4단계와 5단계 상의 ‘최고 경영자’ 위치에 와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4단계와 5단계의 차이가 무엇일까? 짐 콜린스는 이를 ‘유리창과 거울’에 비유하고 있다. 4단계의 리더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며 종종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한다. 성공의 원인을 마치 ‘거울’을 보듯 자기한테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5단계 리더는 ‘겸양’을 가지며, 상대와 함께 상생을 추구하는 리더이다. 동양식으로 얘기하자면 ‘인’과 ‘예’를 갖추어 ‘군자’의 ‘도’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전략이나 비전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유리창’을 바라보듯 성공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같이 일하는 사람에서 찾는다. 4단계 리더를 ‘유능한 리더’로 간주할 수 있다면 5단계 리더는 ‘유능함’과 ‘겸양’, ‘도덕성’을 동시에 갖춘 ‘훌륭한 리더’라 볼 수 있다.
하지만 4단계와 5단계 리더는 모순적이기도 하다. 보통 ‘최고 경영자’ 위치까지 가기 위해서는 때로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고 독선적이며 이기적인 마음도 필요하다. 이런 사람이 갑자기 5단계로 갈 수 있을까? 짐 콜린스는 이에 대해 솔직히 대답하기 어렵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5단계의 훌륭한 리더가 이끄는 기업은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해 2. 리더는 직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직위가 없는 자는 리더라 부를 수 없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직장 상사의 명령을 따르지만, 존경심에서 따르기 보다는 윗사람이 시키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따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그 직장 상사가 내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자리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존경심이 없던 상태에서 그 직장상사가 다른 부서나 회사로 옮기는 경우, 자연스럽게 연락은 끊어진다. 가끔 연락하더라도 인맥 관리 차원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존경심을 가지고 있던 직장 상사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같이 일해보자고 청하면 어떨까? 다른 회사에서 받게 될 연봉, 하는 일, 지리적 위치, 회사 브랜드 등 다른 조건은 유사하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판단의 기준은 온전히 직장 상사에 대한 ‘존경심’이 될 것이다.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배려해주는지, 얼마나 자율적으로 일 할 수 있을지 또는 같이 일하면서 얼마나 배울 수 있을지 등 직장 선후배 사이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그 직장 상사의 ‘영향력’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존 맥스웰(John Maxwell)은 리더십은 ‘긍정적 영향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직위는 리더와 추종자를 분명히 구분시킨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둘 중 하나가 그 조직을 떠나게 되면 직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따라서 그 관계를 지속 시키는 것은 바로 리더의 ‘긍정적 영향력’이다.
공자의 삶은 직위는 없으나 ‘긍정적 영향력’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고향에서 더 이상 자신의 뜻을 펼수 없음을 깨달은 공자는 56세에 다른 나라로 방랑길을 떠난다. 이 때 공자는 그 어떤 지위도 없었고, 경제적 보상도 해줄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하지만 수 많은 제자들이 그를 자발적으로 따랐다. 심지어 공자는 제자들에게 험란한 길이 예상되니 따라오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 하지만 제자들은 한결같이 공자와 함께 고행을 자초한다. 이 고행은 무려 13년이나 지속됐다.
공자 스스로 ‘상가집의 개’라고 표현할 정도로 힘든 이 여정을 제자들은 왜 따라갔을까? 바로 공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제자들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직위’는 일방적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향력’은 리더와 추종자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아무리 내가 영향을 끼치고 싶어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존 맥스월의 관점에서 보면 영향력은 순전히 추종자들이 리더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다음의 5단계는 추종자들이 리더를 따르는 각기 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 1단계: 추종자들은 따라야 하기 때문에 따른다. (직위의 리더십)
- 2단계: 추종자들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따른다. (관계의 리더십)
- 3단계: 추종자들은 리더의 성과를 보고 따른다. (성과의 리더십)
- 4단계: 추종자들은 리더가 추종자들에게 해 준 것을 보고 따른다. (인력 개발의 리더십)
- 5단계: 추종자들은 리더의 인격과 가치관 때문에 따른다. (존경의 리더십)
1단계는 리더 입장에서 직위가 올라가면 그냥 주어지는 영향력이다. 하지만 2단계부터는 다르다. 2단계에서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진다. 긍정적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포용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리더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1단계 수준에 머무르는 리더는 그냥 그런 직장 상사이지만, 2단계 수준의 리더는 ‘좋은’ 상사이다. 하지만 3단계에 이르서야 우리는 ‘좋고 유능한’ 리더라도 부를 수 있다. 3단계 수준의 리더만 만날 수 있더라도 어찌보면 행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리더십은 4단계와 5단계이다. 추종자들을 아껴주고 적절한 멘토링을 통해 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여기에 도덕심과 겸양의 자세까지 갖춘다면 추종자들의 존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존 맥스월의 다섯번째 리더와 짐 콜린스의 다섯번째 리더는 비슷한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긍정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보면, 설사 매니저와 같은 직급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당신은 리더인가요?’라는 질문에 리더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예를 들어, 팀원의 위치에서 애초에 팀장이 시킨 방향대로 일을 하다가 어떤 이유로 팀장이 시킨 방향성이 잘 못 되었다는 판단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장을 설득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 팀원은 비록 직급은 낮지만 충분히 리더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오해 3. 리더는 윤리적이다.
우리는 리더를 어느 때부터인가 윤리적인 사람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오해 1’에서 설명했듯, 유능한 리더와 훌륭한 리더는 구분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도덕심을 갖춘 리더임이 분명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만큼 리더 스스로 끊임없이 갈고 닦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히틀러는 유능한 리더일까? 굳이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만행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히틀러를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히틀러가 리더가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유능한 리더임에는 틀림없다. 국민에게 합법적으로 선출되었고, 경제적 불황 속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쏟는 데 성공했다. 뛰어난 웅변가로도 유명한 히틀러는 지금까지도 수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 하지만 도덕성을 상실한 설명하기 힘든 만행 때문에 ‘존경’ 받는 훌륭한 리더가 될 수는 없었다.
히틀러는 극단적인 예이지만, 사실 수 많은 리더들이 ‘잘못 된 의사결정’으로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살림의 여왕’이라 불리던 마사 스튜어트가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70년대 주문요리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스튜어트는 미국 여성들에게 주부의 일도 가치있음을 전파한 유능한 리더였다. 빈곤한 이민 노동자의 딸에서, 주문 요리 사업의 CEO로 그리고 마침내 억만장자가 되기까지 그녀의 인생 역정은 미국 주부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주식 부당 거래로 그녀는 5개월 형을 선고 받아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한국의 수 많은 유능한 경영자들도 내부자 거래, 탈세 등 법을 어기며 추종자들의 ‘존경’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리더는 꼭 추종자들의 존경을 얻어야 하는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백성들의 존경이 아니라 두려움을 얻으라고 조언한 바 있다. 따라서 ‘존경’이 화두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질문에 대해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섯 번째 단계인 ‘훌륭한 리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좋은’ 기업 수준에서 머무르거나 오히려 쇠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존 맥스웰 역시 추종자들에게 존경을 얻지 못한다면 리더십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즉,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존경’은 별로 중요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추종자들의 ‘존경’은 위기 극복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소개된 ‘진성 리더십 (Authentic Leadership)’이라는 개념은 리더 개인의 자기인식(self-awareness) 뿐만 아니라 자기규제(self-regulation) 역시 강조하고 있다. 자기인식은 자신의 재능과 장단점, 그리고 인생에 대한 가치관 등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이다. 한편, 자기 규제는 원칙과 신념에 맞추어 자신의 생각, 말, 행동을 점검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자기인식’이 진정한 자아 확인과 함께 다양한 역량들을 계발하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자기규제’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세심한 자기 성찰이다.
보통 리더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이런 까닭에 윤리나 도덕은 리더의 역량 발휘를 방해하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리더의 윤리 의식은 그 어떤 역량 개발보다 우선시 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리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오해 4. 훌륭한 리더의 전형적인 모델이 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천 건 이상의 리더십 연구가 진행됐다. 어떤 연구자들은 리더의 고유한 특성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른 연구자들은 리더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조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리더의 전형적 특징을 찾기 위한 이런 노력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대표적인 예로, 보통 리더하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떠올리고는 한다. 따라서 우리는 유능한 리더를 활발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외향적 성격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GE의 잭 웰치나 Apple의 스티브 잡스가 이런 유형의 리더이다.
하지만 남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들도 있다. 이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성과가 훌륭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주주나 언론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내부 구성원이나 고객과의 관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대표적인 예로, Xerox의 CEO이자 회장이었던 앤 멀케이 (Anne Mucahy)와 웰스 파고(Wells Fargo)의 전 CEO였던 딕 코바세비치(Dick Kovacevich)가 있다. 이들은 대중적인 인지도는 거의 없지만, 자신의 재임 기간 중 회사의 성과를 엄청나게 향상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리더에 대해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상적인 리더의 특징은 상황, 조직,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리더의 유형이 일반적으로 훌륭한 리더인가?’라는 질문은 효과적이지 않다.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 소통의 리더, 변화의 리더 등 한 가지로 국한된 답변은 어떤 상황에서는 유효하지만 그렇지 앟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적의 질문은 ‘우리가 처한 상황, 우리 조직의 특징을 전제로 어떤 이를 훌륭한 리더로 말 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직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강조되는 리더의 자질이 바뀐다. 예를 들어, 2001년 엔론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에는 리더의 ‘윤리 의식’이 강조된다. 혁신이 필요한 최근 기업 환경에서는 ‘창의성’이나 ‘통찰력’이 강조된다. ‘권위’적 문화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조직은 ‘소통’을 강조할 것이다.
대부분 외국계 기업, MBA에서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요? 어떤 리더십 유형을 선호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이유는 전형적인 리더의 특징이 규정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조직은 자신들이 처한 환경과 문화, 전략적 방향성을 전제로 놓고 지원자 개개인의 리더십 스타일을 확인하여, 기존 조직과의 화학적 결합 가능 여부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한편, 일부 한국 기업이 지원자의 가족 관계나 성장 배경에 더 관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는 타고난 배경이 리더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더 많이 설명해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즉 리더를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특징 또는 어린 시절의 가정 환경을 통해 체화된다고 믿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리더십을 확인하느냐는 조직의 재량이지만, 선천적 요소에 의해 리더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다는 믿음은 1950년대를 거쳐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거부된 이론이다.
오해 5. 우리 모두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리더가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기회 부여’ 차원에서 해석하면 답은 ‘그렇다’이다. 사법고시나 회계사 시험에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이들이 모두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것 처럼, 기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지원자들 모두가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가 되는 길’도 마찬가지이다. 시험 공부를 해야 하듯, 자신의 리더십을 스스로 계발시켜야 하고, 경쟁자들 사이에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단, ‘리더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이전에 ‘어떤 분야에서 리더가 되고 싶은가?’에 답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법고시나 회계사 시험은 ‘남’이 미리 길을 정해놨다면, ‘리더가 되는 길’은 스스로 정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역량을 더 계발할 것인지, 어떤 분야에서 리더가 될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의 결정이다.
재테크 역량, 커뮤니케이션 역량, 언어적 역량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추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남이 미리 정해 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오히려 ‘리더’가 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오해 4’에서 설명했듯, 환경이나 조직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설사 몇 년 전에 어떤 역량이 필수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재까지 적용될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고도 성장기에 적합한 리더 유형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명령과 복종 체계에 익숙하며 성실한 인재’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성실성과 복종을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역량을 펴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보다 창의적이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성실성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이 오히려 더 중요시될 수 있다.
스스로 리더가 되고자 하는 분야를 정하고, 상황에 맞추어 열심히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모두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환경이나 사회 구조적 환경이 비우호적인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는 것이 ‘상황 이론’이다. ‘상황 이론’은 구성원, 리더,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에 의해 특정 리더의 유효성이 평가받을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한국 직장에서 여성들의 상황은 이를 나타내 주는 한 예이다. 맥킨지에서 2012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나라 상장 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유럽(17%), 미국(15%), 중국(8%), 말레이시아(6%), 인도(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경우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리더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한국의 여성이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여성들보다 역량이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여성 임원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과다한 근무시간, 육아에 비우호적인 업무 환경, 다양성 보다는 획일성을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클 것이다. 이 경우 여성들은 ‘기회’ 자체를 상당 부분 박탈당한 채 경쟁에 임해야 한다. 이들에게 ‘리더가 되는 길’은 남성들보다 훨씬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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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McKinsey China, Women Matter: An Asian Perspective (2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