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터뷰
“경영 컨설턴트들은 나이도 어리고 전문성도 없는데, 왜 대기업 경영진들은 큰 돈을 들여 컨설팅을 활용하나요?”
처음에 이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제 갓 대학교 1학년을 마친 친구에게 이런 질문이 나올지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어느 정도 알려진 컨설팅 회사에 있다 보니 종종 윗사람들의 인맥을 통해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써달라고 청탁이 들어온다. 그 날도 어느 경영진의 추천으로 보게 된 인터뷰였다. 이력서를 대충 훑어보니 대학교 1학년을 갓 마친 친구라 별 기대 없이 인터뷰에 임했다. 솔직히 말하면 위에서 하라고 하니 그냥 형식적으로 하자고 마음 먹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 친구와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빠져들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논리적으로 훈련이 되어 있었다. 레주메도 상당히 세련되게 작성되어, 오죽했으면 직접 썼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경험을 통해 팀웍이 무엇인지 깨닫고 이를 컨설팅 업무와 연관시키는 것을 보면서 그 세련됨에 깜짝 놀랐다. 컨설턴트로서 훈련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훌륭한 원석인지라 어느 곳에 가더라도 훌륭하게 될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혹시 물어볼 것이 있다면 편하게 물어보라는 질문에 이 친구는 컨설팅의 본질에 해당하는 질문을 꺼내 들었다.
이 질문을 듣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 역시 대학교 시절에 (1학년이 아니라 졸업할 무렵에…) 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컨설팅 업에 있다 보니 사실 이 질문에 ‘클리쉐’처럼 답하는 답이 있기는 하다.
경영 컨설턴트, Expert가 아니라 Generalist!!!
흔히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Expert’가 아닌 ‘Generalist’를 육성한다고 얘기한다. 물론, 선진 기업들을 배우기에 급급했던 시절에는 컨설턴트가 ‘Expert’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경영 컨설턴트는 ‘Expert’가 아닐 확률이 높다. 대신 컨설팅 회사들은 컨설턴트를 ‘Generalist’로서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Problem solver’로 포장한다.
이 ‘Problem solver’와 현업 전문가들이 만나 문제를 해결한다면 최적의 해결책을 낼 수 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사실이고, 또한 컨설팅 회사들이 지향하는 바이다. 클라이언트 회사에 가면 해당 업에서 10년 이상 내지는 30년 이상 근무하신 분들이 존재한다. 그 분들을 30대 초중반 컨설턴트가 ‘전문성’으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젊은 컨설턴트들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는 이 비판에 대해 “전문성이 높다고 경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0년 업을 하신 분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당신들이 우리를 찾아오지도 않았겠죠?”라고 대응한다.
현재까지는 분명 경영 컨설팅 회사들의 ‘Generalist’ 모델이 유효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것이냐는 사실 다른 문제이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처럼 산업이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 그리고 최근 쇠퇴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Generalist’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더미이다. 오히려 답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경영진들이 ‘답 없는 문제’를 컨설팅 줘봐야 ‘답 없이’ 끝날 확률이 높다. 그러다보니 최근 컨설팅 주제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길 원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클라이언트는 “당신들의 주장이나 제언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구요? 실행할 수 있도록 보고서 수준을 현실화 시켜주세요!”라는 비판을 항상 제기한다.
실상은 “파워포인트 레인저” 하지만 대통령의 신문!
경영 컨설턴트를 풍자적으로 부르는 호칭은 “파워포인트 레인저(Powerpoint Ranger)”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3월 기사에서 젊은 컨설턴트들을 “파워레인저”에서 기인한 “파워포인트 레인저”로 비유하며 직업의 명암을 짧게 조명한적도 있다. 업무의 대부분의 시간을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보기 좋게 만든다는 것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여기에 창의적 문제 해결 과정이 담긴다면 최선이겠지만, 최근에는 “받아쓰기”를 위한 컨설팅도 안타깝지만 대부분인 듯 하다.
최근 컨설팅 회사가 직면한 본질적 문제의 상당수가 정치적 이슈 한 가운데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으로 답을 내릴 경우 사내 정치적으로 이슈가 크기에, 컨설팅을 통해 외부의 시각을 듣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산출물이 어느 한쪽의 의견을 “받아쓰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강력한 오너 회사의 경우, 실무진들이 오너의 말을 쉽게 듣지 않을 경우 오너는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활용한다. 이런 경우, 반대로 실무진들은 컨설턴트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사내 정치 싸움의 한가운데에 컨설턴트가 외롭게 서야 할 경우가 많다. 마치 로마시대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용병의 외로운 싸움과 유사하다. 이제 양쪽의 총알받이가 될 것이냐, 아니면 컨설턴트가 창의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것이냐가 컨설팅 회사 파트너들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버렸다. 파트너 역량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최고 실력자의 “맘에 드는 산출물이 될 것이냐”가 결정된다.
굳이 이 상황을 비유하자면 이제 컨설팅은 점차적으로 ‘대통령의 신문’과 같은 역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문 매체는 디지털 정보화와 함께 점차 쇠퇴하고 있다. ABC 협회가 2013년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료 신문 부수는 약 7.9% 감소했다. 신문사들의 발행부수 부풀리기 관행이나 완화된 유류부수 인증 방식을 고려한다면, 신문은 아마 더 빠른 속도로 쇠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자가 신문을 보는 한 신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매일 아침 신문를 보면서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고, 주요 정책들을 결정하는 한 신문의 역할에 일부 변화가 있을망정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컨설팅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최고 경영자가 현업의 말보다 외부의 컨설턴트 말을 더 신뢰한다면, 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컨설팅의 역할에 일부 변화가 있을 수는 있으나 필요성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컨설팅의 역할이 ‘실질적 변화’보다 경영진의 의중에 걸맞는 ‘받아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 컨설팅이 점차 힘들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