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2016년에 한국에 진출한다고 한다. 한측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에서처럼 한국 미디어 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아마도 한국에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설사 진출하더라도 국내 성공적 안착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이나 사업 모델의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성공하기 어려운 국내 인프라 환경 때문이다. 두 국가의 인프라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면 넷플릭스의 미국 내 성공이 왜 한국으로 확산되기 어려운지 판단이 가능하다.

TV의 새로운 혁신, 넷플릭스

애플이 핸드폰 혁신의 선두기업이라면 넷플릭스는 TV를 혁신한 기업이다. DVD 대여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미국 내 가정에 파고들며 스트리밍 방식의 새로운 시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미국 내 성과는 놀라올 정도이다. 컴캐스트가 기존의 케이블 시장에서 안이하게 1등 자리을 고수하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컴캐스트의 1/5 이하의 가격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론매체들은 넷플릭스의 고성장을 눈여겨 보며 ‘코드 커팅, Cord Cutting’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찬양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코드 커팅과 같은 급진적 변화 대신 소비자들은 ‘코드 쉐이빙, Cord shaving’을 하며 넷플릭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케이블 서비스를 해지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케이블과 넷플릭스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고객층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미국 내 TV 시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넷플릭스는 단순 서비스 제공에서 확대하여,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은 이 후 마르코폴로, 데어데블과 같은 실험작 작품들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서비스의 핵심은 스트리밍 방식이냐 다운로드 방식이냐와 같은 기술적 요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를 어떤 매체로 시청하느냐에 놓여 있다. 넷플릭스 고객 시청 행태를 분석해보면 70%에서 90% 이상의 고객이 TV로 서비스를 시청한다. 즉, 넷플릭스의 핵심은 TV이다. 물론 부가적으로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별도 device가 논의될 수 있으나 이 부분은 여전히 부차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집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 진출, 실패하거나 테스트이거나

그렇다면 미국 TV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1) 기존 대체 서비스의 가격, 2) 컨텐츠 다양성 한계 및 3) TV Access의 인프라 한계로 넷플릭스는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early adapter 대상 소규모 고객 확보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 넷플릭스의 미국 서비스 가격인 월 9,000원 ($7.99)에 20만 가입자 수 가정 시, 연간 200억원 매출 규모에 불과하다. 과연 이 정도 수준의 시장성을 보고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가격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다.

1) 기존 대체 서비스의 가격

미국에서는 케이블 월 서비스 이용료가 50불에서 100불 정도 수준이다. 이렇듯 높게 책정되어 있는 기존 케이블 서비스의 가격 수준은 넷플릭스와 같은 신규 사업자에게 가격 파괴의 기회를 주었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7.99불 가격을 제시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침투해나갔다. 미국에서 케이블 대비 1/5 수준의 가격은 고객에게 매우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호적 환경이 국내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케이블과 IPTV을 12,000원 이하의 매우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의 핸드폰 및 인터넷과 결합 상품을 이용하면 이 가격은 8,000원 수준까지 하락한다. 넷플릭스가 미국 내 가격 포지션을 국내에서 유지하려면 서비스 가격이 월 3,000원 이하로 책정되어야 한다. 과연 이 가격으로 적정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약 9,000원의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경우에는 Mass 고객 대상이 아닌 early adopter와 같은 소수 고객으로 한정해야 한다.

2) 컨텐츠 다양성 한계

가격 수준을 저렴하게 제시할 수 있다 하더라도 더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 고객들의 편파적인 컨텐츠 선호도이다.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사업자에게 유리한 요소 중 하나는 시청 고객들의 분산된 컨텐츠 선호도이다. 미국은 케이블 사업이 활성화된 90년대 이후로 TV 채널의 홍수를 이루었다. KBS, SBS와 같은 지상파3사가 시청률을 독식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의 Fox, NBC와 같은 지상파들은 케이블 사업의 발전과 함께 시청률 관점에서 고객의 영향도가 계속 감소해왔다. 시청률 기준 85%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지상파3사의 영향력과는 달리 미국 내 지상파 시청률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고객들은 다양항 컨텐츠를 보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채널에 대해 deep library를 갖춘 사업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의 컨텐츠 소비 행태에 비추어봤을 때, 넷플릭스가 국내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지상파3사의 컨텐츠를 어떤 형식으로든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지상파3사가 기존 케이블과 IPTV의 경쟁 구도와 상관없이 쉽게 컨텐츠를 내줄지 의문이다. 하지만 설사 컨텐츠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해도 넷플릭스가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컨텐츠가 아니라 미국 드라마 컨텐츠로 승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최근 LGU+와 KT의 특정 미국 드라마 독점 공개 전략에서 보듯 마케팅 효과는 다소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미드는 20~30대 소수 고객만이 시청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여전히 Mass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40대~50대 여심을 잡을 수 있는 한국판 ‘막장’ 지상파 드라마 컨텐츠 확보가 필수이다.

3) TV Access의 인프라 한계

불리한 악조건 속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국내 지상파와 손을 잡고 월 약 3,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가장 큰 난제가 남아 있다. 여전히 인터넷과 TV를 연결하기 위한 별도 셋탑박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흔히 한국의 많은 매체들은 한국의 빠른 인터넷 속도를 예로 들며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우수하기에 넷플릭스가 진출하기 용이한 인프라 환경이라 단정 짓는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인터넷과 TV를 연결시켜줄 인프라가 거의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로쿠박스, 애플 TV 또는 X박스 등 다양한 TV 연결 인프라가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이용 여부와 관계 없이 이러한 인프라를 구매하고 TV에 설치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인프라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소비자들은 넷플릭스가 서비스 된다고 해도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5만원~10만원 상당의 별도 TV Access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물론 과감하게 넷플릭스가 애플이나 아마존 TV와 손을 잡고 국내에 셋탑박스를 프로모션 형식으로 무료 보급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성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10% 가구 대상 배포 시,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 200만 가구 * 5만원)


결론적으로,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유의미한 매출 및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냐라는 측면에서 보면 해결해야 될 난제가 너무 많다. 1) 이미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경쟁자의 가격을 제치고 저가 공략을 할 것이냐, 프리미엄 공략을 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우선 있어야 되며, 2) 이는 한국의 40~50대 주부 고객들을 어떻게 Targeting할 것이냐와 직결되어 있다. 만약 이들 Mass 고객을 과감히 포기한다면 미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으나, 이는 early adaptor만을 대상으로 한 니치 서비스가 될 확률이 높다. Mass 고객을 잡으려고 한다면 국내 지상파 컨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런 전략을 펴기 위해서는 기존 지상파3사(Pooq 포함)와의 협상 전략을 창의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특정 지상파를 인수하거나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과감한 전략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3) 인터넷과 TV를 연결하기 위한 TV 셋탑박스 인프라를 어떻게 배포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아마존, 애플 등과 적극적 제휴로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배포하지 않는 한 기존 CATV/IPTV를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있을 고객에게 접근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은 그들의 전략과는 별개로 국내 인프라 환경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적극 환영이다. 넷플릭스가 비록 실패하더라도 국내 IPTV/CATV 사업자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시장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은 커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이래저래 편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