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고 히트 상품은 ‘허니버터’와 ‘과일소주’였다. 어느샌가 단맛을 강하게 내세운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2015년 ‘꿀’에 대한 열풍은, 2016년 상반기에 ‘바나나’ 앓이로 이어졌다. 오리온이 출시한 ‘초코파이 바나나’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판매량 1,400만 개를 돌파하며 품귀현상까지 생겨났다. 이 열풍은 롯데제과의 ‘몽쉘 초코&바나나’와 해태제과의 ‘오예스 바나나’로 이어지며 거세졌고, 주류 업계도 ‘국순당 쌀바나나’, 금복주의’순한 참 모히또 바나나’를 출시하며 화답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염려로 ‘쥬시’와 같은 과일 주스가 또다른 열풍을 맞이하고 있으나, 여전히 소비자들의 입맛은 ‘단맛’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단맛 열풍은 철저한 결핍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 안정감이 상실된 자리에는 살아남고자 하는 생리적 욕구가 자리잡았고, 그러면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은 소실된다. 특정한 미각에 대한 갈망은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표현하는 일종의 본능이다. 진화론자들의 설명을 빌리자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단 음식에 대한 열망은 그나마 가능할 때 많은 열량을 몸에 축적해두어야 한다는 선사시대부터 축적되어온 인간의 본성이다. 경제적 불황과 함께 스트레스와 불행이라는 심리적 요인까지 결합되면서 설탕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만들어 내어 외부 위협에 맞서기 위해 최대의 에너지를 생성해낸다.

한편, 일본의 된장찌개는 한국과 다르다. 밋밋하다. 어쩌면 그 밋밋함이 지속성을 가져온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는 매일 밤 주인공은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매번 화면에서는 이유 없이 밋밋한 된장찌개를 비춘다. 심지어 주인공이 저녁을 먹었더라도 상관 없다. 2~3초간의 정적 속에 비치는 된장찌개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아내와 신뢰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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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 항상 정갈한 식사 장면이 나온다>

우리 사회 단맛에 대한 열풍이 지속되는 이유는 2010년 이후 갑작스럽게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것과 함께, 세월호와 메르스라는 사태를 보면서 생존에 대한 근본적 불안감이 증폭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훌륭한 독재자는 “국고를 부유하게 만들고 시민을 가난하게 유지(로마사 논고 , p490)”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요즘 세태로 비추어보자면, “세금을 늘려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과 더불어 생존의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무능한 리더가 국민을 통치하는 효율적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주요 기업이 최근 직면하고 있는 강제적 구조조정은 이러한 단맛 열풍을 더욱 거세게 만들 것이다. 그 시작은 철강, 조선, 그리고 석유화학처럼 소위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 분야에서이다. 최근 3개 산업 분야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업계 불황 속에서 정부의 입김으로 시작되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16년 3월 한 발표에서 조선, 해운업 그리고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3개 업계는 현재 자율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외부 연구 용역(컨설팅)을 착수했고, 보고서가 7~8월 중에 나오게 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서 이를 반영하여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은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으로 이루어지며, 저성과 사업을 철수 또는 매각하거나 아니면 현금 마련을 위해 비관련 사업 매각이 활성화된다. 어찌됐든 대규모 정리해고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 사업 분야의 구조조정은 대규모 워크아웃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이후 보다 본격화될 것이며, 앞으로 이 불황이 몇 년이 더 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진화론적 불안감이 개개인에게 단맛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면, 최근 기업의 구조조정은 개인의 단맛 선호도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단맛 열풍은 지속될 것이다. 당분간은…


*아시아[구조조정 컨설팅 파열음②]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 시장 혼란 가중, 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