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랙박스’는 편리하다. 기능은 알지만 작동원리를 알수 없을 때, 언어의 힘을 빌려 무지를 은폐한다. 무지의 공간을 명확치 않은 ‘블랙박스’로 채울수록 공허함은 커진다. 하지만, 우리는 무지할수록 거창한 용어를 앞세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중요한 개념이 명확한 정의 없이 오염되어 혼용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블랙박스’를 파헤치지 않는 리더는 조직에 해롭다.

2/ ‘비즈니스 모델’은 누구나 사용하는 단어지만 개념이 명확치 않은 대표적인 ‘블랙박스’다. 중요한 본질은 놓친 채, 우리에게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며 안심한다. 비지니스 모델의 핵심은 존재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출하는 과정에 있다. 과정을 통해 유의미한 답이 도출된다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단어를 애써 사용할 필요도 없다.

3/ 비지니스 모델은 4개 질문에 대한 가식없는 정수다. 타겟 고객이 정밀할수록, 수익성이 높을수록, 자원 투입이 효율적일수록, 가치 제공 프로세스가 확장성이 클수록 유의미한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 받는다.
— 1) [Customer value proposition, CVP]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며, 어떤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가? (정밀성)
— 2) [수익 공식] 어떻게 수익(매출-비용)을 창출하는가? (수익성)
— 3) [핵심 자원]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핵심 자원은 무엇인가? (효율성)
— 4) [핵심 프로세스] 핵심 자원을 활용해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전반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확장성)

4/ 새로운 혁신은 1)과 2)의 고민에서 시작된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4인 가족이 하나의 스쿠터에 몸을 싣고 차량 사이를 곡예하듯 이동한다. 하지만 가장 싼 자동차도 스쿠터보다 5배 비싸다. 이들이 싸고 안전하며 기상조건에 상관없이 탈 수 있는 자동차가 나온다면 경쟁사가 따라하기 힘든 강력한 CVP이다. 하지만, 기존에 가장 저렴한 자동차의 절반 수준인 2,500 달러에 판매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스쿠터 가족에게는 비싸다. 따라서, 일시 지불이 아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리스 모델을 도입하고, 대신 고객의 자산 가치를 담보로 가져올 수 있는 표준을 빠르게 설계한다. 이는 계약, 결제 방식, 영업 방식, 계약 관리 비용, 리스크 등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조직에 필요함을 의미한다. 인도 타타 그룹의 ‘나노’가 탄생한 배경이다.

5/ 잘 짜여진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혁신은 필요하다. 주로 네 가지 이유에서다.
— 1) 가격 파괴를 통해 잠재적 다수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가 포착되었을 때 (타타의 나노)
— 2) 새로운 기술로 시장에 접근 가능할 때 (MP3 플레이어나 애플 아이튠즈)
— 3) 시장 성숙기에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유사해졌을 때, 가격이 아닌 서비스 품질 항상에 초점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쿠팡이츠의 빠른 배송)
— 4) 저가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을 때 (전통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 유통에 시장을 잠식 당하는 경우)

6/ 네 가지 핵심질문을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조직이라도 늘상 네 가지 변화를 관찰하고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은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하는 ‘블랙박스’가 아니라 사용자 개입이 요구되는 ‘쥬크박스’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노래를 고르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변모한다.

7/ 숫자 4는 비지니스 모델이라는 블랙박스를 파헤치는 열쇠다.

<Mark W. Johnson, Clayton M. Christensen, and Henning Kagermann, “Reinventing Your Business Model”, Harvard Business Review (December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