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 나가던 기업도 갑자기 성장 정체를 겪는다. 1990년대 리바이스 뿐만 아니라 3M, 애플, 캐터필러, 볼보 등 다양한 기업들이 매출 정체를 경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고 경영진이 전조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2/ 매출 정체가 발생하면 최고 경영진은 그 이유를 밖으로 돌린다. 시장이 성숙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등의 외부 상황 변화를 탓한다. 하지만 1995~2006년 사이 포춘100대 기업과 글로벌 100대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성과 정체의 원인은 외부보다 내부에 존재했다.

4/ 성장 정체의 근본 원인은 인수합병 실패, 전략적 분산, 인접 사업 확대 실패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으나, 핵심 이유는 네 가지였다.
— 1) 프리미엄 포지션이 역효과가 발생한다.
— 2) 혁신 경영이 실패한다.
— 3) 핵심 사업을 성급하게 포기한다.
— 4) 유능한 인재가 부족하다.

5/ 첫번째는 ‘1등의 함정’이다. 오랫동안 성공만 누린 프리미엄 브랜드는 새로운 저가 경쟁자를 무시하고, 고객 선호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1990년대 리바이스는 하우스 브랜드와 디자이너 고가 브랜드가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시했다. 결국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몇 가지 징후들을 놓친 결과이다.
— 아직 작지만 특정 고객 세그먼트에서 시장점유율이 급락한다.
— 모객 비용이 급상승한다.
— 핵심 고객의 불만이 급증한다.

6/ 두번째는 ‘R&D 경시’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소홀히하며 경쟁에 뒤쳐진다. 3M이 R&D 예산을 사업 부서에 넘기자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고, 기존 제품의 개선에 집중하게 되었다. 17%였던 연간성장률이 1982년 1%대로 급락했다. 핵심 징후는 명확하다.
— 경영진은 R&D 부서 예산을 단순 비용으로만 생각하게 되어 신제품 개발 비용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7/ 세 번째는 ‘성급한 포기’이다. 핵심 사업이 포화되었다고 판단해 더 이상의 성장 추구를 포기한다. 1960년대 말, RCA는 소비자 가전 시장이 포화되었다고 여기고 메인 프레임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진입하면서 시장을 주도해나갔다. 이 경우 핵심 징후는 다음 두 가지다.
— 최고경영진이 기존 핵심 사업을 ‘성숙기’라 부르기 시작한다.
— 기존 고객과 제품/서비스와 관계없는 분야에서 인수 및 합병을 추진한다.

8/ 마지막으로는 ‘유능한 인재 부족’ 때문이다. 실행을 담당할 유능한 임원 및 실무진이 소수에 불과한 경우다. 히타치의 경영진은 에너지 및 제조업 분야 경험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히타치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는 에너지/제조와 무관한 신규 영역이었으나 해당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부족했다. 그 결과, 1994년 히타치의 순이익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때 핵심 징후는 다음과 같다.
— 회사 주요 인재들의 경험치가 낮고, 외부 인재 유입도 적극적이지 않다.
— 역량 개발 프로그램은 기존의 리더십 기술을 복제하는데 머물러 있어, 신규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

9/ 성장이 정체되는 이유는 외부 환경 때문이라기 보다는 내부에 자리잡힌 경직된 가정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 고객, 경쟁사, 기술에 대한 고착된 가정이 불러 일으킨 경영 참사다.

10/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 1) 신입 사원들에게 우리가 속한 시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핵심 고객들이 어떻게 우리 서비스를 대하는지? 물어보고 경청한다.
— 2) 다양한 팀에게 향후 5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시나리오가 핵심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사항이다.
— 3) 외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전략을 검토하고 개선점을 알려달라 부탁한다.

11/ 연구 대상의 87% 기업이 성장 정체를 경험했다. 10년안에 성장세를 회복한 회사는 46%에 불과했다. 선도기업이라도 언제든 성장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존 가정들을 항상 의심하고, 핵심 징후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 성장 정체는 바로 내일 우리의 상황일수도 있다.

<Derek van Bever, and Seth Verry, “When Growth Stalls”,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