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치실을 쓰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치과 의사나 치아 건강을 중요시 생각하는 이들은 치실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그리고 최고의 ‘치실’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제품을 대만에서 조우했다.
치실을 내게 처음 추천해준 이는 치과의사가 아니라 대학교 재학시절 이준구 교수님이었다. 2000년 미시경제학 수업 시간 이 교수님은 다른 무엇보다 치실은 반드시 써야 하는 필수품이라고 강조하셨다. 당시 이교수님은 학생들이 게시판에 질문을 올릴 때 반드시 실명으로 글을 남겨야 한다는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계셨다. 하지만 한 학생이 익명으로 치실 관련 질문을 했을 때, 이 교수님은 ‘치실이 워낙 중요한만큼 특별히 이번만큼은 예외로 답변해주겠다!’라고 할 정도로 치실 사랑이 대단하셨다.
장하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혁신적인 IT 기술보다 세탁기를 희대의 발명품으로 꼽은 적이 있다. 세탁기가 발명됨으로써 여성의 노동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여성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주었다는 주장이다. 치실은 세탁기만큼은 아니겠으나 편리성은 대단하다. 밥을 먹고 이를 닦기 곤란할 때, 치실로 간단하게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치실은 이쑤시게나 칫솔질로 해결치 못한 치아 사이의 이물질은 불과 몇 초만에 깔끔하게 해소한다. 치실을 사용함으로써 치아의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는 굳이 인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치실의 종류에도 여러가지가 있으나 F자형 치실은 그 편리성을 자랑한다. F자형 치실은 과학을 요구한다. 너무 질겨서도 너무 잘 끊어져서도 안 된다. 만약 치아 사이에 치실이 끼었을 때 치실이 잘 끊어지지 않으면 당기는 힘 때문에 치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잘 끊어지면 치아 사이에 넣기도 전에 끊어져 효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F자형 치실은 실의 두께와 강도가 매우 조화롭게 그리고 최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살면서 다양한 F자형 치실을 구매하고 사용했다. 하지만, 자신의 치아에 걸맞는 F자형 치실을 찾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다. 치실이 얼마나 대단하겠느냐 생각하겠지만, 그 안에도 노하우와 기술이 녹아있다. 다양한 F자형 치실 중 단연 최고는 뉴저지의 한 일본 마트 미쯔와에서 접한 한 제품이었다. 한자로 써 있고, 일본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미루어 일본 제품이라 당연히 생각했다. 일반 치실 제품이 하루 정도 쓰면 끊어져 버려야 한다면, 이 제품은 일주일을 넘게 써도 강도나 치실 두께가 그대로였다. 말 그대로 최고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한국에서 구할 수 없었다. 치실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까닭에 제품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그나마 치실을 살 수 있는 곳도 약국이다. 이런저런 제품을 쓰면서 참 불편했다. 미국에서 쓰던 그 제품을 찾을 수 없어 그냥 무심코 넘겼다.
하지만 그 제품을 이번 대만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바로 왓슨스 드럭스토어에서였다. 대만은 여느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치실 강국이었다. 편의점,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왓슨스와 같은 드럭스토어에서 치실은 당당하게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용했던 그 치실은 사실 일본제가 아니라 대만제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아시아 대부분 이들은 치실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대만에서는 많은 이들이 치실을 사용할까? 2009년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설문 자료에 의하면 대만 인구의 93%가 외식 습관을 가지고 있고, 약 35% 인구가 일주일에 4회 이상 외식을 한다고 한다. 이 결과에 근거해서 유추해보자면, 밖에서 이를 닦기가 불편한 까닭에 이 사이의 음식물 제거를 위해 이쑤시개나 치실과 같은 보조기구를 사용했을 확률이 높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 경험 역시 대만인들이 치실 사용을 많이하게 하게 된것에 일조했을 가능성이 높다. 치열이 상대적으로 고르지 못한 일본인들은 치실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일본 문화에 비교적 호의적인 대만인들이 치실 사용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대만은 치실과 같은 일상품 소비재의 최첨단에 서 있는 소비 선진국이었다.

